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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사에서 주부, 이제 한복으로 제2의 인생 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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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복 모델 김성은

한복 모델 김성은

“한복 덕분에 제2의 인생이 시작됐어요. 확 바뀐 모습에 남편이 새로운 여자랑 사는 것 같다고 하네요(웃음).”

한복 모델 김성은씨

올해 58세 김성은(사진)씨는 지난해 11월 미시즈 아시아 인터내셔널 월드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클래식 부문(40세 이상 참가자) 대상과 인기상 격인 모스트 차밍상을 받았다. 중국·인도·미얀마 등 아시아 여러 국가의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미인대회로, 중국 헝디엔에서 열린다.

지난해 7회를 맞았고 매년 35명가량이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각국의 전통의상과 드레스를 번갈아 입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1주일간 합숙도 한다.

김씨는 대회 최초 한국인 참가자이자 이번 대회의 최고령 참가자였다. “다 한복 덕분이죠. 세계적인 무대에 한복을 한껏 자랑할 수 있어 정말 뿌듯했답니다.”

한복 모델 김성은

한복 모델 김성은

김씨는 5년 전 남편의 추천으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 1월 ‘사랑해요 대한민국, 대한민국 통일아리랑 한복모델 선발대회’가 본격적 데뷔 무대였다. 딸 전민경씨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출전했다 덜컥 대상을 받게 됐다. “대회 이름을 따 8행시를 선보였는데 그걸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렇게 한복과 첫 인연을 맺게 됐죠.” 이후 김씨는 국제외교문화교류회라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50~60대 모델 10여 명과 함께 한복을 알리는 활동에 주력하고 싶어서다.

지난해엔 경복궁 달빛 한복쇼, 평창 동계올림픽 범국민 코리안 서포터즈 등 여러 행사에 참여해 한복의전 활동을 했다. “한 외국인이 ‘한복은 바람의 옷’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멋이 있다면서요. 그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입으면 입을수록 아름답다고 느낀답니다.”

예전에 김씨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만큼 조용하게 살았다. 숙명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결혼 후 두 아이의 출산을 위해 교편을 내려놓았고 틈틈이 동네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아이들을 키웠다. 그는 한복 모델 활동을 시작한 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요가를 틈틈이 하고, 적당히 식사량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전혀 힘들지 않아요. 한복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생이 행복하죠. 가끔 주변 사람들이 ‘돈도 안 되는 홍보 활동을 왜 하느냐’고 물어요. 얼마 남지 않은 생, 돈에 얽매이지 않고 뜻깊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올해도 한복과 함께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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