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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김재록씨 수사'로 경제가 엎드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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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재록씨와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사자인 현대차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가 고민과 긴장에 휩싸였다. 현대차그룹은 신규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는 한편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 구도가 삐걱거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계도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잔뜩 움츠리고 있다.

◆ 해외 신사업.경영권 승계에 악영향=현대차그룹은 해외공장 건설과 자동차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위해 일관 제철소 건립, 부품업체 인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대외신용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제철은 2011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연산 700만t 규모의 일관 제철소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투자금액의 절반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태가 자금 동원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몽구 회장 부자의 운신 폭이 좁아지면서 현장 경영 지휘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체코에 8억~10억 유로를 투자해 30만 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실무자 간 합의를 마쳤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양해각서(MOU)나 본계약 체결에 변수가 생길 수 있게 됐다. 이달 중순 조인식을 한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도 문제. 현대차 관계자는 "다음 달 현지에서 정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 정 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31.88%)로 있는 글로비스를 상장시켜 그 차액으로 기아차의 지분을 늘린다는 밑그림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글로비스가 비자금 창구라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 기본구도가 흔들리게 된 것.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쌍둥이 빌딩을 짓고 있는 엠코마저 수사 물망에 오를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 다른 기업도 긴장=검찰은 재계가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대차에 준하는 대기업은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검찰이 김씨와 관련한 다른 기업 수사는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재계는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김씨가 5대 그룹 빅딜과 대우차 구조조정 등을 비롯한 굵직한 부실기업 인수합병(M&A)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2000년 한국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을 인수한 두산그룹과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관련성을 부인하면서도 수사 진행 과정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3세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비판적 여론 형성 가능성 등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금융권도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사모투자펀드(PEF)인 우리PEF는 김재록씨가 대표로 있던 인베스투스파트너스와 결별키로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두산 형제 간 분쟁 등 대기업을 둘러싼 악재가 다소 가라앉은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다시 터져 재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다시 깊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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