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다리로 만든 4000년 전 '뼈피리'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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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관음사 관음보살좌상
고려시대 불교 조각의 정교한 솜씨를 말해 준다. 몸체의 균형이 바르고 차림새가 화려하다. 높이 1m20㎝.

북한의 국보급 문화재 90여 점이 6월 초 한국에 온다. 해방 이후 최대 규모의 남북 문화재 교류다. 전시품 대부분이 아직 남한에서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은 북한 조선중앙력사박물관(관장 김송현)과 24일 개성에서 '북한 문화재 특별전'(가칭)을 6월 초 중앙박물관에서 열기로 합의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남북 대표 역사기관 간의 첫 교류다.

이건무 관장은 "오랫동안 추진해 온 남북 박물관 사이의 교류사업이 첫 결실을 맺었다"며 "지금까지 남쪽에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는 유물 등 북한의 귀중한 문화재를 한꺼번에 들여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 유물은 한국사 전반을 아우른다. 고구려 벽화 모사도 등 예전에도 북한 관련 전시가 몇 번 열렸으나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문화 전체를 꿰는 북한의 대표적 문화재가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최고(最古)' '최초(最初)'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물이 많다. 1961년 함북 선봉군 굴포리 서포항동에서 출토된 '뼈피리'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악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기원전 10~20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새의 다리뼈를 자르고, 13개의 구멍을 뚫었다.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는 97년 광주광역시 신창동에서 나온 현악기(기원전 1세기)다. 또 65년 평북 용천리 신암리에서 발굴된 '청동칼'(기원전 10세기)도 한반도 청동기 유물 중 연대가 가장 앞선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의 '청동상'은 아직 북한판 도록에도 실리지 않았다. 93년 개성 태조 왕건릉에서 나왔다. 10세기 말~11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앉아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한반도 최고의 구석기 유물인 '상원 검은모루 출토 구석기', 고구려의 중요 금석문인 '고구려 평양성 석각', 고려 석조미술의 걸작인 '개성 관음사 관음보살좌상', 조선시대 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신선도', 겸재 정선의 '옹천파도도' 등도 전시된다. 조선중앙력사박물관.조선미술박물관(평양 소재), 개성박물관 등 북한의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것들이다. 전시품은 고고.역사유물 65점, 회화 작품 25점 등으로 구성됐다.

이건무 관장은 "민족문화의 흐름 속에서 북한 문화재를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한 문화재의 북한 전시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특별전은 6~7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10월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다.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이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 장기 대여가 가능했다고 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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