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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 희망찾기] 자율주행·AI·IoT … 압도적 기술로 '경제위기'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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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제품의 관세를 25%나 올리기로 했다. 직격탄을 맞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보복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이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경쟁력 강화' 발 벗고 나선 기업들 #삼성전자, IoT 기반 첨단 제품 개발 #현대차, 미래 혁신 분야 5개 육성 #LG전자, 자동차 부품 주력사업으로 #SK,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경영 앞장

지난 6일 KT가 서울 신촌에 문 연 도심형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브라이트’에서 고객들이 ‘스페셜 포스 VR’ 등을 체험하고 있다. KT는 고객들이 VR 등 최신 기술을 체험하는 공간을 2020년까지 200여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사진 KT]

지난 6일 KT가 서울 신촌에 문 연 도심형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브라이트’에서 고객들이 ‘스페셜 포스 VR’ 등을 체험하고 있다. KT는 고객들이 VR 등 최신 기술을 체험하는 공간을 2020년까지 200여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사진 KT]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무역이나 통상에서 국가 간 분쟁이 커질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이번 무역 분쟁을 국내 기업들이 초조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자칫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경우 한국 경제는 급속히 활력을 잃고 성장 모멘텀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대내 여건도 기업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법정 노동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경영 비상등이 곳곳에 켜진 상태에서 기업이 기댈 언덕이라고는 기술 경쟁력뿐이다.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은 무역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고수익의 과실을 누릴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올해도 연구개발(R&D)부터 신사업 개척까지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미래 기술은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사물인터넷(IoT)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커넥트, 아틱 등으로 흩어져 있던 삼성전자 IoT 서비스 클라우드를 ‘스마트싱스’로 통합해 더 쉽고 일관된 소비자 경험을 전달할 계획이다. IoT 기기를 제어하는 앱도 통합해 연결된 모든 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AI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빅스비’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뒷받침할 조직 개편도 최근 완료했다.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AI 센터를 신설해 핵심기술 확보에 나섰다.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DMC) 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는 통합해 연구소 ‘삼성리서치’로 확대 재편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분하지 않고 한 지붕 아래서 신제품, 신기술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미다. 통합 연구소의 수장은 사장급이 맡도록 격을 높여 신기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혁신 성장분야 5개를 정했다.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로봇·AI,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 5개 분야는 초연결, 초고령, 기술융합, 공유사회, 메가시티, 대체 에너지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 트렌드를 면밀히 연구한 끝에 결정됐다. 현대차는 5개 분야에 향후 5년간 23조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현대차가 구상하는 3대 미래 모빌리티 혁신방향(연결된 이동성, 자유로운 이동성, 친환경 이동성)을 구현하는데 쓰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미래 기술의 일부를 시연했다.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와 제네시스 G80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 약 190㎞ 구간을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투자가 완료되는 5년 뒤엔 차원이 다른 미래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성장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2013년 7월 설립한 VC사업본부가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결실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항공기 및 차량용 보안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미국 하니웰과 자율주행차 통합 보안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외부 통신망을 통해 시도되는 해킹 방어부터 USB 포트 등을 통해 차량 내부 네트워크를 겨냥한 보안 위협 대응, 수많은 차량들의 보안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대처하는 클라우드 보안 관제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들 기술을 한데 묶은 자율주행차량용 보안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면서 갖는 보안 고민을 한번에(All-in-one) 해결함으로써 기술 주도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SK는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 1월 그룹 신년회에서 “SK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에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딥 체인지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자산을 공유하거나 변화를 주는 ‘공유인프라’ ▶기존과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경영’ 등을 제시했다. SK 관계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이 되기 위해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는 김승연 회장의 ‘1도론’이 배경이 됐다. 김 회장은 최근 “한화인들에게는 혁신온도를 지금보다 1도 더 높이는 집요함이 필요하다”고 자주 강조한다. “물을 끓게 하는 100도와 99도를 결정짓는 것은 단 1도의 차이다. 직원들이 포기하지 않는 1도의 혁신이 개인과 조직, 회사의 잠재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화그룹은 이를 위해 사업구조의 선진화부터, 제품과 기술개발, 일하는 방식까지 ‘조금 더 나은’ 변화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통·서비스 중심 대기업들도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롯데는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 챗봇을 도입해 상품 추천, 매장설명, 온라인픽 픽업 서비스 안내까지 맡길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이커머스(e-commerce) 사업에 국내 최대규모 수준인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해 이 분야 선두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통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KT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5G사업본부를 만들고 주파수 전략, 네트워크 구축 계획 마련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5G 표준화 기술을 제정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한 주요 국가 관계자들을 지난달 국내로 초청해 LG유플러스가 보유한 기술을 시연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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