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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 '꼭짓점 콘텐트' 가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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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농촌의 경우 그동안 농민들이 강력히 반발해 온 수입쌀 시판이 드디어 현실화했다. 최근 미국산 칼로스 쌀 2752t, 중국산 가공용 현미 5400t이 수입돼 있다. 쌀 과잉재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수입쌀의 대량 반입은 쌀 산업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농작의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즉 농업에도 꼭짓점 콘텐트를 접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첫째, 새로운 소득원을 개발해야 한다.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우리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을 발굴해 소득원을 창출해야 한다. 즉 먹거리.볼거리.쉴거리.알거리.할거리.놀거리.일거리.팔거리 등 '8거리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독특한 상품화가 필요하다. 전남 장성군 동화면의 임선호씨는 그동안 육묘상자, 수박받침대, 상추 아파트 등 농사와 관련된 15종류의 특허를 획득했다. 상추 아파트란 상추를 아파트처럼 된 화분에 심고 자동으로 물을 주고 한약으로 된 거름을 사용해 편리하고 질 좋은 상추를 재배하는 방식이다. 상추아파트는 농업용뿐 아니라 도시민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상추를 기르기 위한 가정용과 장식용으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셋째, 식품의 안전성이다. 미국의 여류작가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생명의 농업 자연농법이 왜 필요한지, 유기농업을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농산물로 식물을 삼아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국내소비자뿐 아니라 외국 바이어들은 한결같이 생산자들이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무엇보다 안전성을 갖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즉 품질이 규격화된 고품질 농산물과 생산이력제 관리상품, 지역명품, 친환경농산물만이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넷째, 다각적인 마케팅이다. 요즘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보면 질과 가격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농산물도 이제 제품 차별화를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진정한 차별화는 생산자.판매자가 파는 상품이 아닌, 소비자.구매자가 사고 싶은 상품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소비자와 대형 유통업체 및 도매시장의 구매 패턴에 맞추려는 생산자의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소비자교육 및 홍보 강화, 대량 소비처 개척, 전자상거래 적극 추진, 소비자의 신뢰 확보, 친환경 가공사업 지원.육성, 환경보전형 지역농업시스템 구축 등이 다각적인 마케팅의 핵심이다. 농업도 또 하나의 첨단산업이다. 과거 일부 신지식농업인 위주의 지원방식과는 달리 꼭짓점 기법과 같은 집단협업 방식이 농촌의 경쟁력을 보장해 줄 것이다.

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