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황금분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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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대여소의 13대 국회가 30일 개원됐다. 고희를 넘어 백발이 성성한 의원에서 갓서른의 젊은 의원에 이르기까지 연령·의회경력·사회활동 등에서 매우 다양하고 폭넓게 신구의 조화가 이뤄진 국회임을 한눈에 느끼게 했다.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국회밖에 있어야했던 3김씨도 길게는 17년에서 8년만에 다시 국회로 「복귀」해 국회의 중량감을 더욱 짙게 했다.
그래서일까. 김재순 국회의장이 『두려움을 느낄 만큼 신비스런 황금 분할의 의석 분포』라고 개회사에서 지적한 말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
김의장은 4당간의 의석분포가 절묘하게 구성된 점에 역점을 두어 말한 것 같고 그것은 매우 적절한 분석임에 틀림 없었다.
『4당 병립의 분포야 말로 대화와 타협정치의 전통을 세우게 된 신비스런 황금분할』이라고한 김 의장의 지적대로 개회식에 앞서 있은 의장단 선출은 순리대로 진행됐다.
또 개회식에서 노태우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때 야권3김총재등이 모두 일어서 박수로 맞이했다.
노대통령의 연설내용 또한 너무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일부 야권의 지적이 있었지만 대화와 타협, 그리고 순리의 정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있는 것등이 모두「신비스런 황금분할의 의석분포」에 크게 기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경력과 신념을 가진 의원들로 국회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정말로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는 생각을 울수가 없었다.
노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퇴장때 기립박수를 치지않은 몇몇 의원들은 『구속자가 어깨를 짓눌러서』 『광주 영령들이 가슴에 뭉쳐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이유를 댔는데, 반드시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의원들이 민의를 대변하고자 의욕을 보이고 있음이 피부에 와닿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다양한 성분의 의원과 절묘한 4당 병립으로 구성된 13대 국회가 우리정치사의 불행한 유산인 「장외」와 「재야」문제를 해소시켜 줄수 있도록 정말 「두려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조현욱<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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