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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철강 관세 예외 인정으로 한·미 동맹의 힘 보여줘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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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글로벌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가 서명일로부터 15일 뒤 발효되면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은 직격탄을 맞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산 철강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향후 3년간 국내 생산 손실이 7조2300억원에 달하고 1만4400개의 국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과 중국이 보복에 나서고 미국이 다시 맞대응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글로벌 무역은 쪼그라들고 수출 한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직 한 줄기 희망은 남아 있다.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폭탄에서 제외시킨 미국이 하루 뒤엔 동맹이라는 이유로 호주도 예외로 인정했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반대로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는 동맹국은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국을 철강 관세 부과에서 제외해 달라고 이미 요청했다.

물론 철강 수출량이 많지 않은 호주와 달리 한국산 철강은 미국 수입시장 3위에 오를 정도로 수출량이 많기 때문에 예외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행정명령이 발효되는 23일까지 예외 인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많은 나라가 관세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자 FTA 체결국인 한국이 ‘많은 나라’에서 빠질 이유는 없다.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빈틈없는 한·미 공조가 더욱 중요해졌다. 흔들리지 않는 한·미 동맹의 힘을 대내외에 과시할 좋은 기회를 한·미 양국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