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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업 확장 로비도 맡았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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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의선 기아차 사장

현대·기아차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대검찰청 검사와 수사관들이 26일 밤 압수 물품을 차에 실어 가고 있다. 조용철 기자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경영진이 어떻게 만나 어떤 거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정.관계에 로비를 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은 글로비스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글로비스가 비자금을 만들어 김씨에게 전달했고, 김씨가 현대차의 사업 확장을 돕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비스 최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이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현대차 덕분에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비자금 조성 및 집행과 관련해 건축 인허가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03년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옆에 같은 모양의 쌍둥이빌딩을 짓고 있다. 이 건물 신축은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엠코가 맡았다.

또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옛 INI스틸)은 충남 당진에 대규모 고로 공장을 짓기 위해 지난해부터 각종 인허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5조원을 투입해 이 공장을 2010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도 엠코가 건설할 계획이다. 검찰은 건물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에 비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김씨와 현대차그룹의 인연=기아차가 부도(1997년 7월)난 직후(그해 9월) 김선홍 당시 기아차 회장은 김씨를 기아경제연구소 이사로 기용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김씨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아차그룹은 외환위기 직후 공중분해됐고, 김씨는 입사 3개월 만에 기아를 떠났다. 이후 김씨는 97년 말 아서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2세들이 경영권을 다툴 때 김씨는 현대차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당시 현대차 경영진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축으로 한 현대그룹의 공세에 밀렸고 이때 김씨가 현대차 그룹에 여러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경제팀과 잘 알고 있던 김씨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김씨의 도움을 받던 중인 2000년 중반 아서앤더슨과 수십억원짜리 컨설팅 계약을 했다. 현대차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달라는 프로젝트였다. 결국 현대차 경영권 다툼은 정몽구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검찰은 김씨가 현대차그룹의 기획조정과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총괄본부 C사장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 인사들과의 교류 폭이 넓었던 C사장은 빠르게 승진했다. 그는 임원이 된 지 6년 만인 2005년 사장이 됐다.

◆ 수사받는 계열사들=글로비스(액면가 500원)의 주가는 상장 한 달 만인 올 1월 9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은 글로비스 주식 상장으로 현재 각각 4000억원대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거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최근 "글로비스 상장으로 생긴 정 사장의 평가이익은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기 위한 편법 상속"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은 현대차로 흡수된 현대차써비스에서 경리 업무를 주로 한 재무통으로 창업과 주식 상장 작업을 주도했다. 2001년 창업한 글로비스는 매년 매출이 30% 이상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해외공장을 많이 지으면서 글로비스의 해외법인도 늘어났고, 물류사업도 확대됐다. 글로비스 매출 중 현대차그룹에서 따온 일감이 99%를 차지한다. 정 사장은 현대오토넷 지분이 한 주도 없지만 이 회사와도 관련이 많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지멘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오토넷을 인수했다. 두 달 뒤 정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본텍(기아차 전장품 회사) 지분 전부(30%.60만 주)를 지멘스에 팔았다. 현대오토넷은 그해 11월 본텍을 합병했다.

김태진.김승현 기자 <tj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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