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정치는 분리될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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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강권정치의 통치수단 아래 있었고 인권의 유린, 사회적 자원의 분배불균형등을 겪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보편주의를 표방하는 종교세력이 정치에 만만찮게 도전하여 갈등구조를 더 위태롭게 했다. 우리 현실에서 많은 논란을 빚고있는 이러한 종교와 정치간의 갈등의 뿌리는 무엇이며 종교의 정치에 대한 태도는 과연 정의에 뿌리박고 있는 것인가를 밝히는 논문이 25일 한국종교협의회주최 건국40년 종교심포지엄에서 황선명교수(명지대)에 의해 발표되었다.
황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종교가 본래의 사명인 영혼의 구제에만 전념할것이지 세속적인 정치사회의 문체에서는 손을 떼어야한다는 논의가 있기도하나 종교는 그자체가 시대의 현실이며 정치이자 사회이기 때문에 반체제적이든 체제지향적이든 정치와 분리될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는 종교라기보다 정치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의 측면이 강해 전근대적 왕조의 붕괴와 함께 교권도 사라져버렸으며 불교는 조선조 휴정의 선주교종방침과 국가권력의 억압으로 사회적 역할이 극도로 위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제한후 기독교의 정치성에 대해 논의했다.
70년대 기독교는 사회참여로 사회적지위가 향상되었고 세확장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전통종교와 기타종교가 힘을 갖지 못한데 비해 기독교가 힘을 가지게 된것은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 같은 것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사건에 따른 범인은닉으로 경미한 사건의 원불교관계자는 구속당했는데 비해 「교회법은 실정법에 우선한다」고 주장한 가톨릭은 사법당국의 관대한 처분을 받은 것이 그예가 된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기독교가 정치권력과 맞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이 과연 말그대로 정의라는 뿌리에 근거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기독교가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식민지지배에 관련되고 있으며 소위 백인책임론에 연결되어 있음은 인류사회의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숭고한 이상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는 60년대 미국의 「마틴·루터·킹」목사의 무저항·비복종운동, 브라질의 붉은 주교「카마라」의 해방신학등에 의해 양심을 되찾고 있지만 캄보디아사태, 베트남 보트 피플등에 대해 인류애를 발휘하지 않는등의 측면에서 볼 때 그 양심도 선택적이고 편파적이며 「힘이 센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며 얘기하기 곤란한 문제에는 침묵하는」모습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황교수는 종교의 현실참여는 정의에 입각한 경우도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궁극적으로 정의를 옹호하는 가치관을 가졌다기보다 현실적인 권력과의 대응관계에 있어 힘을 가졌느냐 못가졌느냐에 따라 태도를 달리 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종교의 힘은 교단적 실체나 역사적 전통에 의한 카리스마등에 의해 모아지고 이 힘에 근거하여 정치권력과 대결하고 있으며 종교는 그러한 힘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정교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걸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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