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XX' 4글자 악플 값은 얼마?···법원 판결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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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게시글에 댓글로 ‘미친 X끼’라고 4글자만을 적었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어 민사상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정도 표현은 정당행위” 주장했지만 #법원 “혐오일뿐…사회상규상 허용 안돼”

서울서부지법 민사 항소1부(부장 신종열)는 지난달 22일 ‘미친 X끼’라는 댓글에는 10만원, ‘에라이 X가튼 돼지 X아’라는 댓글에는 2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당사자에게 위자료로 주라고 판결했다.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하기도 하는 개그맨 A씨는 지난 2016년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는데 여기에 욕설이 담긴 댓글이 달린 것을 봤다. A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댓글을 쓴 사람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미친 X끼’라고 댓글을 달았다 법정에 오게 된 B씨는 “댓글을 달게 된 경위, 모욕적 표현의 정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맞섰다. 과거 A씨가 병역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게시글 내용에는 이를 희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B씨는 여기에 댓글을 단 것이다.

법원은 1‧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 등 댓글을 단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인이 접속해 내용을 볼 수 있는 사이트에 A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멸적 댓글을 써 공연히 모욕하였다”며 “이로 인해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정도는 심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순히 A씨를 비하하고, 혐오감이나 경멸감을 표현한 것에 불과할 뿐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라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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