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젊은층 전유물?…투자금은 60대가 최대 "노후자금 손실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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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구매는 20~30대 젊은 층이 주도했지만, 투자 단위가 컸던 연령층은 60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노년층의 암호화폐 투자는 노후자금과 직결돼 있는 데다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도 많아 가격 변동성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투자자보호재단 설문 조사 #1000만원 이상 투자자, 60대 21% #"앞으로 구매의향 없다"도 70% #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은 7일 지난해 암호화폐 이용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전국에 사는 만 25~64세 일반인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암호화폐 구매 경험은 20대가 전체의 23%로 가장 많았다. 20대 초반은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비중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30대가 19%로 뒤를 이었다. 40대(12%)부터는 현저히 줄었고, 50대(8%), 60대(11%)는 젊은 층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암호화폐 구매는 젊은 층이 주도했지만, 정작 50~60대의 투자 단위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암호화폐 구매는 젊은 층이 주도했지만, 정작 50~60대의 투자 단위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암호화폐 투자 금액은 정반대였다. 20대의 평균 투자 금액은 293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30대(374만원)와 40대(399만원)도 400만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50대는 629만원, 60대는 659만원으로 젊은 층보다 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노후자금이 절실한 60대에선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비중이 21%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았다. 300만원 이상 투자 비중도 60대가 42%로 압도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고령자 상당 부분이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 없이 투자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가 뭔지 모른다고 답한 비중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높았다. 60대의 40%는 "암호화폐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권순채 금융투자자보호재단 주임연구원은 "고령자일수록 암호화폐 투자 금액 중 고액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며 "고령자가 암호화폐 투자로 노후자금을 잃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 대상 전체 가운데 현재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6%에 그쳤다. 암호화폐를 구매한 경험도 없고 뭔지도 모른다고 답한 사람은 31%로 집계됐다.

또 정부의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에도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보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암호화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 가운데 앞으로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7%에 불과하지만 구매 의향이 없다고 한 사람은 70%에 달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해킹 등 암호화폐 안정성에 대한 우려(46%)가 가장 컸고, 심한 가격 변동성(31%)도 한몫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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