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파기할라" 아파트 '원샷거래' 는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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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김모(46세)씨는 무려 1억원의 '치료비'를 내고 부인의 심장병을 치유했다.

김씨 부인의 심장병은 김씨가 살던 집을 판 지난달 생겼다. 평소 30평형대 아파트가 적다고 느낀 김씨는 지난달 덜컥 아파트를 팔았다. 아파트를 내놓자 마자 계약을 하자는 이가 나타나 바로 계약서에 싸인을 한 것이다.

김씨는 "인터넷 상 시세가 8억원인 아파트를 11억원에 팔았으니 이 돈으로 큰 평수 아파트로 이사가자"며 부인에게 자랑스럽게 매매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김씨의 부인은 펄쩍 뛰었다. 지금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데 대책도 없이 왜 팔았느냐는 성화였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가 판 아파트의 집값은 보름만에 14억원대로 치솟았다.김씨가 당초 생각했던 40평형대 아파트는 값이 더 올라 김씨의 예산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도망가고 있었다. 김씨의 부인은 그 때부터 심장병이 생겨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생각다 못한 김씨는 계약금으로 받은 1억원에 위약금 1억원을 보태 아파트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부인에게는 해약금으로 1억원을 줬다는 말은 못하고 계약자와 얘기가 잘 돼 몇천만원으로 해결했다고 얼버무렸다. 이후 신기하게도 김씨 부인의 심장병은 싹 나았다.

김씨는 "생돈 1억원을 들여 부인의 병을 고친셈이 됐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강모(39세)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목동신시가지 2단지 27평형을 6억9000만원에 중개업소에 내놨는데 그날 오후 바로 매수자가 나타났다.

매수자는 당장 계약을 하자고 요구했고 강씨도 계약금을 통장에 넣어달라고 번호까지 알려주며 계약을 준비했다. 그런데 잠시 후 매수자로부터 "6억9000만원 전액을 통장에 넣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목돈 마련하기가 힘들었을텐데….'라며 운을 뗐는데 매수자의 얘기를 듣고 이해가 갔다. 매수자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보니 집주인들이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잔금까지 한꺼번에 통장에 입금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값이 치솟으면서 계약해지를 막기 위해 매매대금을 계약시점에 한꺼번에 치르는 '원샷 거래'까지 등장한 것이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G공인 관계자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팔지 않겠다고 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매매대금을 목돈으로 한꺼번에 치르는 게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금을 두세배 높여 지급하는 일은 다반사다. 5, 6단지 인근의 K공인 관계자는 "계약시 보통 매매대금의 10%를 치르지만 최근 해약 사태가 급증하면서 계약금을 20% 또는 30% 지급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도곡동 S공인 관계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사이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현금 수억원을 미리 준비하고 다녀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만큼 아파트 값이 이상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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