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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가상·증강현실보다 진화했다는 혼합현실(MR)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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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 첨단 IT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에 이어 혼합현실(MR)이 화제를 모았다는데요. MR이 뭔가요.

현실과 가상을 섞어놓은 형태 #헤드셋·스마트폰 등 장비 없이 #영화 감상하듯 체험할 수 있어 #킹스맨 비밀요원 회의 때 사용돼 #세계 MR시장 3년새 5배 성장

미국 사는 친구 옆에 있는 듯 볼 수 있는 기술이죠" 

A. 이번 올림픽은 흥미진진한 경기 외에도 첨단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어요. 5G·드론·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여러 가지 IT 기술이 총동원된 덕분이죠.

올림픽 현장을 직접 방문한 틴틴 친구라면 아마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재미있는 체험을 했을 거예요. 올림픽파크는 삼성전자·KT·코카콜라 등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은 물론 혼합현실(MR)을 활용해 만든 쇼케이스(홍보전시관)가 모여 있는 곳이죠.

예컨대 헤드셋을 착용하고 직접 스켈레톤·스노보드 같은 올림픽 종목을 체험하는 거죠. 체험해 본 사람들은 몸에 진동은 물론이고 얼굴에 바람이 막 불면서 진짜 스노보드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혼합현실을 뜻하는 MR은 Mixed Reality의 약자입니다.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형태라고 보면 돼요. MR에 대해서 알려면 우선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에 대해 이해해야 해요.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AR은 현실에 가상의 정보를 입혀서 보여주는 기술이에요. 예컨대 영화 ‘아이언맨’에서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가 적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트 안에 설치된 화면(디스플레이)으로 바로 볼 수 있죠. 반면 VR은 현실과 상관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져요. 현실과 상관없는 허상을 보여주는 것이죠.

MR은 AR과 VR을 혼합한 형태라고 보면 돼요. 좀 더 발달한 기술입니다. 예컨대 영화 ‘킹스맨:골든서클’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비밀 요원들이 특수 안경을 끼고 가상으로 런던에 있는 사무실에 모여 앉아 회의할 수 있는 것도 MR 덕분이죠.

VR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죠? VR도 실제 런던 회의실에 요원들이 모여 앉은 영상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같은 화면을 보면서 정보를 공유하기는 힘들어요. 현실과 상호 작용이 안 된다는 것이죠.

AR은 현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지만, 몰입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요. 2016년에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 고’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게임에 사용된 기술이 AR이에요. 스마트폰으로 실제 도로를 비춰보면 포켓몬이 튀어나오죠. 이 포켓몬은 가상인 것이 확 티가 나요. 2차원 그래픽이거든요. 하지만 MR을 적용했다면 3차원 그래픽으로 입체감 있는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VR이나 AR과 달리 헤드셋 같은 기기가 없어도 된다는 거예요. VR은 헤드셋 같은 기기를 통해서 체험할 수 있고, AR도 스마트폰 같은 매개체가 있어야 해요. 하지만 MR은 영화를 보듯이 별다른 중간 매개체 없이 체험할 수 있어요.

이번 올림픽은 VR·AR·MR을 비교 체험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성한 홍보관에선 VR로 각종 겨울 올림픽 경기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죠. 알파인스키·스피드스케이팅·스키점프 등을 직접 타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죠.

AR은 길 찾기 서비스에 적용됐어요. 스마트폰으로 길을 비추면 현실의 길 위에 가상의 안내표시가 뜨는 방식이죠.

MR은 올림픽 때 어떻게 활용됐을까요. 강릉역에 있는 ICT스퀘어가 대표적입니다. 인근 산을 축소해놓은 모형을 쳐다보면 그곳에 올림픽 경기장이 어떻게 건설됐는지 볼 수 있어요. VR과 달리 3D 안경 없이도 가상세계를 볼 수 있지요.

MR은 아직 VR이나 AR처럼 상용화되지는 않았어요. 대용량 데이터 처리와 같은 기술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에요. 예컨대 모바일 기기에서 MR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기에 부착된 카메라 위치 인식 기술, 현실 공간에 가상 디지털 정보를 나타내는 기술,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현실에 몰입감을 주는 상호작용 기술, 해당 응용 분야에 맞는 MR 제작 기술 등 부가적인 여러 세부기술이 필요해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MR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여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MR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거든요. BMW는 자동차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에 MR을 도입할 계획이에요. MR로 자동차 개발 과정을 생성한 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실제 자동차를 제작하기 전에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최종 자동차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MS)는 MR로 홀로렌즈를 제작했어요. 매직리프라는 MR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도 있어요. 실제 테이블·손·바닥·천장 등 현실의 물체를 인식하고 이에 맞는 컴퓨터그래픽(CG) 효과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예컨대 체육관에 있는 가상의 고래가 체육관 바닥을 인식하고 바닥에서 위로 뛰어 올라오는 식이죠.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세계 MR 시장 규모는 4000만 달러(약 430억원)였지만 올해 2억1000만 달러(약 2270억원)로 예상돼요.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그룹인 시전 피알 뉴스와이어는 MR의 연평균 성장률을 75%로 전망합니다. 현재 세계 MR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3.6% 수준이랍니다.

현재 MR 분야에서 가장 속도를 내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에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MR 기기인 ‘HMD 오디세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MR(Windows MR)이 국내에 공개됐어요. 아직 장비가 필요한 수준이에요.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브라이언 블라우 부사장은 “2020년에는 VR 기기와 AR 기기는 없어지는 대신 VR과 AR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MR 기기만 시장에 남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답니다.

틴틴 여러분도 MR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꾸준히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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