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쪽 목소리만 듣지 말고 균형 잡힌 총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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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총리가 바뀌게 된 것은 이해찬 전 총리의 오만한 자세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나친 당파성을 보이고, 불필요한 입씨름으로 야당을 자극해 인심을 잃었다. 이 전 총리를 반면교사 삼아 야당과도 대화와 협력하는 자세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관리해주기 바란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을 관리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활성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민연금 개혁, 부동산 대책,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비,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하나같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일들이다.

한 후보자는 재야 활동을 오래했다. 그런 점에서 자칫 한쪽의 목소리에 너무 경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후보자는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으로, 남편은 통혁당 사건으로 복역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발의하고, 여당의 과거사법이 미지근하다고 기권했으며, 북한 인권법, 위폐 문제 등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강성을 띠어왔다. 총리는 국무를 조정하고 통괄하는 자리다. 그동안 온화하고 조정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과거의 인연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폭넓게 여론을 수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한 후보자는 당장 5.31 지방선거를 관리해야 한다. 야당이 열린우리당 탈당을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탈당을 하고 말고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를 하게 된 뜻을 깊이 새겨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