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일본 만화·애니, 뭐가 그리 재미있는거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김봉석 지음, 한겨레출판
304쪽, 1만2000원

일본 내 한류 열풍의 맞은 편에는 만화.애니메이션.영화 같은 일본 대중문화 상품의 국내 열혈 팬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일본 영화나 드라마의 미미한 국내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다. 왜? 남이야 어떻든, 내가 재미있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호가 주류가 되느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다.

영화잡지 기자 출신이 쓴 이 책의 태도도 그렇다. 일본 대중문화를 만화.애니메이션.영화의 세 부문으로 나눠 각각 철저하게 필자가 재미를 느낀 작품과 작가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필자는 일본 대중문화를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시선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그 강점이나 창작 풍토를 목청높여 강변하지도 않는다.

이 책이 짚어내는 재미의 요소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 대중문화가 국내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다양한 힘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 책을 가장 재미있게 볼 사람들은 해당 작품이나 작가를 일부라도 직접 접해본 이들이겠지만, 입문자를 위한 구체적인 안내서로도 유용하다. 논어에 이르기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책 곳곳에서 단순한 애호가를 넘어 꾸준히 정보를 수집해온 필자의 해박함이 드러난다. 특히 일본 영화에 대한 내용은 감독들의 실제 인터뷰가 바탕이어서 완결된 작가론으로서의 충실함이 한결 돋보인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