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 '서민의, 서민을 위한 요리' 입맛 돋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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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Why? 2000원으로 밥상을 차리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3년 11월에 출간돼 60만부 이상 팔린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는 귀가 솔깃할 만큼 '2000원'이 매력적인 액수임을 말해준다. 게다가 후속편인 '5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는 20만부, '500원으로 밑반찬 차리기'는 20만부, '1000원으로 국, 찌개 만들기'는 18만부가 판매되는 등 시리즈 전체가 120만부 가까이 팔리는 반응을 얻었다. 가히 폭발적이다.

책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요리책의 정석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보통 요리책은 비주얼 비중이 크다 보니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전문 사진작가를 동원해 그럴듯한 완성 요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는 '백수'인 저자가 요리를 했고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실었다. 요리책으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요리책'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보통 요리책이 하듯 값비싼 그릇, 본 적도 없는 재료와 조리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한 끼 식사가 가능한 평범한 요리를 강조했다. 요리책치고는 너무 '꾀죄죄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늘어난 독신자들에게는 특히 호소력이 컸다. 3000원짜리 자장면 한 그릇 시켜먹느니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따라할 수 있도록 요리 과정을 보여주고, 엄마가 하듯 감(感)으로 계량하는 법을 일러주는 등 부담은 줄이되 따라하기는 쉽게 만든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한미화<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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