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노제의 「썽풀이 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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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네 가네 나는 가네/조국산천 이당에 두고/나는 떠나가네/북망산천이 멀다더니/바로 여기가 북방산천이로구나.』
19일 오후2시, 「고 조성만열사 관악노제」가 열린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
나무심자가와 조군의 영정을 앞세운 꽃상여가 구슬픈 상두소리에 맞춰 입장했다.
가슴에 검은 리번을 달고 광장은 물론 학생회관·도서관등 주변건물을 가득 채운 1만여명의 조문학생들.
『오늘 우리는 또 한명의 열사를 떠나보내야 합니다. 열사가 있는 나라는 불행한 나라입니다.』
총학생회장의 추도사·열사가 외쳤던 구호제창·추도곡합창에 이은 부모님소개.
학생들이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어머님의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조군의 부모가 학생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여러분도 성만이와 똑같은 내 자식입니다. 자식을 잃은 쓰라린 엄마의 소망입니다. 성만이의 소망을 앞으로 여러분이 이루어 한을 풀어주십시오.』
초췌한 모습의 어머니가 한마디씩 「힘주어 말할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선 흐느낌이 퍼져나갔다.
뒤따르는 이애주교수의 썽풀이 춤.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않게/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또 한사람 「열사」의 유해는 식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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