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십년 묵은 도라지, 어설픈 인삼보다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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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7)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에 한파를 몰고 왔다고 한다. 이렇게 추우면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아픈 사람이 유난히 늘어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한의학 치료가 감기나 독감에 워낙 좋다 보니 한의원에도 감기 치료를 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

수 천 년 전부터 누적된 경험으로 감기에 특화한 처방이 많고 자연적으로 면역을 좋게 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감기를 치료할 수 있다. 이번 편은 그중에서도 기침, 가래, 콧물감기 등에 효과가 아주 좋은 도라지를 소개한다.

감기 등에 좋은 도라지 나물. [사진 박용환]

감기 등에 좋은 도라지 나물. [사진 박용환]

‘십년 묵은 도라지, 어설픈 인삼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도라지는 웬만한 인삼보다 약효가 좋다는 뜻으로 전해지는 말이다. 약재는 저마다의 특성이 있어 어떤 것이 더 좋다 나쁘다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그만큼 훌륭한 약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도라지의 한약재 이름은 길경이다. 길한 기운을 몰고 오는 줄기라는 뜻이다. 약으로 쓰는 부위는 하얀색 뿌리 부분이다.

도라지 껍질을 벗기거나 자르다 보면 매캐한 향이 코와 목을 톡 쏜다. 특유의 사포닌 향은 인삼, 더덕, 영지버섯 같은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모두 면역력을 높여주는 약초다. 사포닌(saponin)은 비누 ‘sapo’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포닌을 물에 녹이면 거품이 생기면서 이 속의 성분이 혈관을 청소하니 마치 비누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면역이 좋아지나 보다.

인삼의 사포닌이 워낙 유명한데, 도라지는 오래될수록 이 성분이 점점 늘어난다. 가끔 도라지를 나물이나 반찬으로 먹을 때 껍질을 벗겨내는 경우가 있다. 사포닌은 껍질에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벗겨내고 먹는 것은 몸에 좋은 효능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껍질을 함께 먹어야 효능도 훨씬 크다.

용각산, 도라지가 주성분 

도라지를 주성분으로 만든 약인 용각산. 가래와 기침을 삭혀주는 진해·거담 효과가 있다. [중앙포토]

도라지를 주성분으로 만든 약인 용각산. 가래와 기침을 삭혀주는 진해·거담 효과가 있다. [중앙포토]

도라지는 폐와 기관지에 좋고, 그중에서도 가래를 없애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인후통, 폐나 기관지의 염증, 축농증에도 처방하고, 열을 떨어뜨리며 진통 효과도 있다.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면서 고혈압에도 도움이 된다. 가래와 기침을 삭여주는 진해·거담 효과 때문에 용각산이라는 잘 알려진 약도 도라지를 주성분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한의학에서는 감초와 도라지로 처방한 감길탕이라는 약이 간단하면서도 효과도 좋아 소개한다. 목감기나 목을 보호하기 위해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때는 도라지와 감초뿐만 아니라 대추도 함께 넣어 음용하면 맛도 좋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도라지 4, 감초와 대추를 1 비율로 하고 물을 적절하게 부어 센 불에 끓였다가 중불로 물이 반이 되게 졸이면 목 보호에 훌륭한 차가 된다.

이때 주의할 부분이 있다. 간혹 가래를 줄이려고 이런 차를 마시는데 이상하게도 오히려 가래가 더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거 효과 없는 거 아냐?”하고 오해할만 하다. 결론만 말한다면 목의 염증이 심한 경우에 그런 것이니 도라지가 아닌 본인 몸이 나쁜 것을 탓해야 한다. 걱정하지 말고 계속 복용하면 점점 나아진다.

한의학 치료의 기본은 내 몸의 생기를 높여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것이다. 내가 물리칠 힘이 강하면 외부의 기운에 대항할 수 있다. 이것을 면역력이라 부른다. 내 몸의 면역항체는 마치 군대와 같다. 적군이 적당히 들어오면 병사 몇 명만 내보내서 물리칠 수 있다. 군대에 큰 타격이 없고, 몸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적군의 힘이 강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면역 군대가 많이 나가야 한다. 싸움이 커지고 여기저기 사상자도 나타나고 부상병도 속출한다.

목 안에서 염증반응에 의해 생긴 찌꺼기나 고름을 가래라고 한다. 가래는 없앨 것이 아니라 생성하는 외부 적군을 물리쳐야 한다. [사진 freepik]

목 안에서 염증반응에 의해 생긴 찌꺼기나 고름을 가래라고 한다. 가래는 없앨 것이 아니라 생성하는 외부 적군을 물리쳐야 한다. [사진 freepik]

이때 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염증반응에 의한 찌꺼기나 고름이다. 목 안에서는 이것이 가래다. 즉, 가래는 목 안에 염증이 생겼을 때 나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서 일어나는 결과물이다. 당장에 가래는 불편하지만 가래를 없앨 것이 아니라 가래를 생기게 하는 외부 적군을 물리쳐야 한다.

적군을 바로 때려 부수는 항생제는 참 탁월한 약이었지만 점차 내성이 생겨 이제는 오히려 슈퍼 박테리아가 생겨나는 불행이 생겼다. 적군보다 우리 군대의 힘을 강하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면 적군이 강해지지 않고 나만 강해져 스스로 물리칠 수 있다.

면역을 높이는 치료를 하면 군대를 도와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전쟁이 격하게 되어 가래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꾸준하게 복용하다 보면 내 몸의 기운이 나아지면서 염증이 줄어들고 가래는 자연히 줄어든다. 그러니 가래가 많다는 것은 내 몸에 적군이 그만큼 많이 들어왔다는 것이고, 기운을 좋게 하는 약초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전쟁이 격렬해지지만 계속 복용하면 곧 평화가 찾아오게 된다.

기침 감기라고 해서 도라지가 다 좋지는 않다. 가래가 없는 건조한 마른기침에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기관지 평활근이 활성화하는 것이 오히려 목을 더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는 맥문동이나 더덕 같은 약초가 더 좋다. 약초도 상황에 맞는 약초가 다 따로 있다. 한 가지 약초로 만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세 먼지에 시달리는 폐·기관지에 특효 

도라지를 이용해서 만든 산적. [중앙일보]

도라지를 이용해서 만든 산적. [중앙일보]

도라지로 나물, 김치, 구이 등 여러 요리를 해 먹길 추천한다. 약재로 쓸 때는 양을 많이 하니까 약효가 빠른 편인데 반찬으로는 그만큼 먹기 곤란하다. 그래도 평소에 적은 양이라도 꾸준하게 섭취하면 폐 기관지에 도움이 된다. 추운 겨울뿐만 아니라 봄철에도 도라지는 꼭 기억해야 한다. 황사, 미세먼지로 인해 폐·기관지가 어마어마하게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할 때 도라지를 응용한 음식이나 차로 염증을 줄여줄 수 있다.

추운 겨울 목에 가래·기침이 일 때, 봄 미세먼지로 고생할 때, 평소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분이나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도라지를 꼭 기억하자.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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