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Online 온라인] 합성 논란 '위험한 옥상 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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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올드보이"를 모티브로 해서 찍은 아슬아슬한 사진. 따라하지 마세요. 촬영기술 효과랍니다.

이제는 스타가 된 연예인들의 소싯적 얼굴부터 기발한 사진 합성물까지 별별 이미지를 다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인터넷이지만, 최근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해지는 실사 이미지 한 컷이 유명세를 탔다.

'딸기케이크'라는 아이디의 주인공이 올린 이 사진은

벼랑 끝 같은 고층건물 옥상 난간에 종이상자가 놓여 있고,

그 안에 한 남자가 들어가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다.

몇몇 이름 있는 사진동호인 사이트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이내 두루 퍼졌고,

네티즌들은 실제라면 피사체나 촬영자 모두 위험천만이었을 것이라며 분분한 논란을 벌였다.

이수기 기자

"뒷배경의 건물 그림자 방향과 상자 덮개의 손 그림자 방향으로 보아 합성이 아닐까" "박스와 도로가 닿는 부분의 경계에 살짝 문지른 효과가 보이는 게 합성사진 같다"는 추측이 나왔는가 하면 "새로운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이런 걸 보고 따라하는 사람이 나오면 누가 책임지나"하는 비난도 일었다.

사진을 찍은 '딸기케이크' 강승찬(30.회사원.(右))씨를 직접 만나봤다. '포토구라퍼'라는 싸이월드 사진클럽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에 따르면 문제의 사진은 '공포'를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올드보이'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범인들이 15년간 감금당한 오대수를 풀어줄 때 마취한 다음 상자에 담아 어느 건물 옥상에 버려두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서 찍었습니다. 인터넷과 최신 촬영기술로 자유로운 상상을 표현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달 초 서울 신촌의 오피스텔로 이사하는 후배를 도와주러 간 김에 그 건물 15층 옥상에 올라가 찍었단다. 등장하는 모델은 같은 사진클럽의 회원이다.

강씨는 위험한 시도였다는 지적에 대해 "옥상 난간의 폭이 사진에서 보는 것만큼 좁지 않았고, 촬영 당시 바람이 건물 안쪽으로 불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강씨는 네티즌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자신이 직접로프를 맨 모습을 다시 찍어 올리기도 했다.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로프 같은 안전장비를 갖췄을 겁니다. 카메라나 모니터에 비치는 이미지와 실제 사람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의 차이를 이용한 겁니다." 그는 "하이테크 기술 덕분에 구현이 가능해진 자유로운 상상이 실재하지 않는 위험을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논리를 폈다.

이렇게 카메라를 통해 증폭된 공포의 느낌은 어느 정도였을까.

강씨는"촬영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면서 "충격적인 사진을 처음 접한 네티즌들로부터 합성이라는 오해를 받은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이란 매체에 입문하는 장벽이 크게 낮아진 요즘, 네티즌들에게 작품과 놀이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아니 사진 한 장으로 좁아진 듯 보인다. 다만 작품이든 놀이든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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