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6자회담대표인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번 주 후반 사퇴한다.
본인 은퇴 의사 강했고 NSC와도 대립 심화 #북미 대화 가동 앞두고 뉴욕라인 타격 우려
한국계이면서 국무부 내 대표적 대화론자였던 조셉 윤의 사퇴로 향후 북미 회담 추진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윤 대표는 26일(현지시간) CNN에 "이 시점에서 은퇴하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내 결정"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쉽다며 나의 사퇴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사퇴는 크게 두 갈래로 해석되고 있다.
첫째는 본인의 강한 의사다. 실제 윤 대표는 1년 여 전부터 여러 자리에서 "나이도 있는 만큼 그만 둘 때가 됐다" "내가 물러나는 건 사임(resign)이 아니라 은퇴(retire)"란 말을 하고 다녔다. 윤 대표는 1954년생으로 만 64세다. 85년 국무부에 들어가 33년째 외교관의 길을 걸어왔다.
2009년 10월부터 2013년 7월까지 동아태담당 차관보 밑에 있는 4명의 부차관보 중 수석부차관보를 맡았던 그는 2013년부터 3년 2개월 동안 주 말레이시아 대사를 맡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2016년에 본부로 돌아오면서 한 단계 아래인 부차관보를 맡게 됐다. 이어 자신보다 밑의 직급이던 수전 손턴이 수석부차관보를 거쳐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지명되자 "이제 할 만큼 했다"며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국무부를 그만둔 뒤 조만간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 둥지를 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표의 사퇴를 두곤 대북 대응을 둘러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의 갈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 분석이 있다.
대북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 허버트 맥매스터 NSC 국가안보보좌관 라인이 대북 대화론을 펴는 조셉 윤을 철저히 견제하고 배제한 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NSC 내부에선 윤 대표를 가리켜 '드리머(dreamer·꿈을 꾸는 사람)'라 호칭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표의 "북한이 60일 이상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시작을 위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60일 플랜'은 국무부와 NSC의 대립의 골을 깊게 했다. 일본 등도 조셉 윤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대표되는 '뉴욕 채널'을 가동하며 북미 간 대화를 꾸준히 모색해 왔다. 지난해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억류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을 이끌어낸 것도 이 뉴욕채널을 통해서였다.
투박한 말투에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는 몇 안 되는 한국계 외교관의 맏형 노릇을 해왔던 윤 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당장 북미 채널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