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어떡해…북극 2월, 가장 따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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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온난화로 북극이 북극답지 않은 수난을 겪고 있다. 2월이면 한겨울인데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평균보다 섭씨 22도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서 영상의 온도까지 오르내리는 중이다.

북극, 평균기온보다 섭씨 22도 높아 #베링해 얼음, 3개월 앞서 사라져 #북극곰 멸종위기 앞당길 듯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북극에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가장 포근한 2월을 기록했다. 그린랜드에 위치한 덴마크 지질연구소는 최근 기온이 영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북극에서 60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앞으로 5년간 북극 주변의 기온이 예년과 비교해 얼마나 크게 변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영상. 붉은색일수록 예년기온보다 크게 상승한다는 의미임. [자료=미 메인대]

앞으로 5년간 북극 주변의 기온이 예년과 비교해 얼마나 크게 변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영상. 붉은색일수록 예년기온보다 크게 상승한다는 의미임. [자료=미 메인대]

2월이면 24시간 해가 들지않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영상 기온을 보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월에 이같은 기온은 2011년과 2017년 이후 세 번째이다.

미국 알래스카 북쪽 해안가에도 평균 기온보다 섭씨 22도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년 같으면 베링해의 3분의1을 뒤덮고 있어야할 얼음이 사라졌다고 ‘인사이드 클라이미트 뉴스’가 전했다.

알래스카의 지질학자인 릭 토먼은 “얼음이 사라지면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예년엔 얼음바다가 집채만한 파도에 완충재 역할을 해줬는데, 얼음이 사라지면서 해안일대 가옥과 구조물에 이상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링해 얼음은 11월초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다음해 5월 정도까지 이어졌는데, 올해는 가장 빠른 2월말에 사라졌다.

북위 80도 이상 북극의 하루 평균기온. 푸른색 선이 1958-2002년의 평균이고, 붉은색 선이 올해를 가리킨다. 올해 2월이 예년의 5월과 비숫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료=캘리포니아주립대(어바인) ]

북위 80도 이상 북극의 하루 평균기온. 푸른색 선이 1958-2002년의 평균이고, 붉은색 선이 올해를 가리킨다. 올해 2월이 예년의 5월과 비숫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료=캘리포니아주립대(어바인) ]

북위 80도 이상의 지역에서는 빙하 녹아내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북극 사진가인 데이비드 토레슨은 “북극 바다에서 2월에 보트를 띄우고 다니긴 처음”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북극 기온의 상승은 북극곰의 생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극곰들은 북극 빙하지대에서 물개 무리를 잡아먹고 사는데, 빙하면적이 줄어들면 사냥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빙하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헤엄으로 사냥을 해야하는 만큼 체력소모가 더 커진다. 먹이를 찾아 남하하는 북극곰이 늘어나고, 멸종위기마저 우려되는 이유다.

북극의 차가운 기운은 러시아 북쪽으로 몰려간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경우 26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1주일 내내 영하 20도 이하의 강추위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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