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의 천재시인이자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정지용. 분단시대의 희생양으로서 「월북」이라는 걸림돌에 부딪쳐 쓰러져있던 그의 시가 지난주 TV를 통해 영상화 됐다.
M-TV가 지난 10일 방영한 『명작의 무대-다시 찾은 시인 정지용』.
지난 3월31일 정지용이 김기림과 함께 해금·복권되자마자 제작에 들어간 이 교양다큐멘터리는 크게 두 가지를 복원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이념의 언어로 단죄하고 내버렸던 한 시인의 되찾음이다. 이는 TV라는 매체가 우리의 현실풍토에서 가장 보수적이며 지배제도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월북시인 정지용이 우리의 시인 정지용으로 회복됐고 TV를 통해 이것이 공인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또 김소월·한용운·청록파·서정주의 작품들이 그 동안 수차례 전파를 통해 한국적인 정서의 전범으로 확산돼왔다는 것을 상기할 때 다른 사람의 작품으로 알려져 온 가곡『고향』등 정지용의 시들이 전파매체를 통해 한국인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됐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명작의 무대-다시 찾은 시인 정지용』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한국현대시사의 온당한 복원을 영상화했다는 것.
평론가 유종호씨는 정지용을 가리켜 『그 이후의 시인 또는 동년배의 시인조차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자가 전무하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은 그가 한국인의 정서에 충실하면서 모더니즘기법을 적절하게 수용, 한국현대시의 방향을 제시한 한국문학사의 수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명작의 무대』가 정지용의 작품들중에서 초기 모더니스트의 흔적이 농후한 『카페 프란스』등을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향수』『풍낭몽』『백록담』『호수』『고향』등 한국어의 가장 아름다운 결정들로 지칭되는 작품들을 위주로, 한민족의 정서를 노래한 시인으로서 정지용을 형상화한 것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다큐멘터리는 정지용이 후대의 시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증명하는 하나의 예로서 박목월·박두진·조지훈등 이른바 「청록파」의 시집이 그의 시집『백록담』을 모방, 당초「청록담」으로 될 뻔했다는 것을 증언으로 제시한 시인 정지용의 문학사적 위치를 진정한 의미에서 눈으로 보여주었다. 이 다큐멘터리의 미덕은 유명한 『향수』등의 시어를 섬세하고 서정적인 화면으로 육화시켜 시와 영상의 만남을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냈다는 것.
특히 시 『백록담』을 영상화하면서 정상까지 이르는 시의 행로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시인이 시상을 떠올렸을 사물들을 포착하는가 하면 항공촬영을 동원, 백록담의 웅자함을 보여주기도 해 원작시의 감동을 시청자 누구에게나 느끼도록 해주었다. <박해현 기자>박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