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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약] 포스트 반도체, ICT 융합…'미래 먹거리 발굴'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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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하만과 함께 올해 초 '소비자가전쇼(CES) 2018'에서 선보인 ‘디지털 콕핏’. 차량의 제어 장치를 디지털화해 운전자는 더 편하고 안전하게 차량을 조작한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집 안의 전자기기도 제어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하만과 함께 올해 초 '소비자가전쇼(CES) 2018'에서 선보인 ‘디지털 콕핏’. 차량의 제어 장치를 디지털화해 운전자는 더 편하고 안전하게 차량을 조작한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집 안의 전자기기도 제어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위기 딛고 다시 뛰는 우리 기업들

삼성, 바이오 7년 만에 흑자 전환 #현대차는 친환경·스마트카 집중 #한화는 태양광 사업 수직 계열화 #LG·롯데, ICT 융합 가치창출 부심 #이마트·CJ, 유통 시너지 확산 나서

 지난해 무한 경쟁의 파고를 헤쳐온 한국 기업들이 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대외적으로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주요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고부가가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미래를 짊어질 ‘포스트 반도체’로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에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의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심이던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에서 세계 1위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전장사업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커갈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 첫 작품은 올해 초 선보인 차량용 ‘디지털 콕핏’이다. 차량의 조작 장치를 디지털화해 운전자는 더 편하고 안전하게 차량을 조작한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자동차는 물론 모바일 기기, 집 안의 전자기기까지 제어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한 바이오 분야도 후보로 꼽힌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전문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창사 7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이자 관련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6개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신약 후보제품) 중 5개에 대해 한국·미국·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카와 친환경차에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차,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수준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으로 ‘레벨4’까지 올라왔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교통 상황에 맞게 스스로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출시를 앞둔 수소 전기차 ‘넥쏘(NEXO)’는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시범운행을 통해 기술 수준을 세계에 알렸다. 5분 충전해 최대 609㎞를 달리는 넥쏘는 이달 초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 약 190㎞의 자율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수소 전기차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것은 세계 최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인 ‘딥체인지’에 따라 미래 신사업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정유 중심에서 석유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등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비정유 부문 사업에서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넘는다.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강화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와의 제휴 및 사업양수 등을 추진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 주유소 3600여개를 공유 인프라로 제공하는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G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미래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ThinQ)’를 탑재한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인공지능스피커 등의 융·복합 제품들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한다. LG전자의 가정용 ‘허브 로봇’은 집 안 곳곳에 위치한 미니 로봇과 연결돼 사용자의 행동·음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8에서는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를 선보이고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카트 로봇 등 신규 로봇 3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른바 ‘굴뚝 산업’으로 분류되는 중후장대 기업도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철강이 주력인 포스코는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동북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육성하고, LNG를 운송·판매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그룹 사업 전반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스마트 팩토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는 한화는 태양광 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부터 셀·모듈(한화큐셀)과 발전소(한화에너지)까지 태양광 사업의 수직 계열화 체제를 완성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태양광 사업의 수직 계열화에 성공한 곳은 국내외에서 한화가 유일하다. GS칼텍스는 2조원을 들여 올레핀 생산 공장을 짓는다. 정유 부문에 쏠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다져나가겠다는 미래 전략이다.

 두산의 자회사 두산로보틱스가 선보인 협동로봇은 안전펜스 없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미래형 로봇이다. 1년에 2만 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미국·독일·일본이 주도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 등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은 ICT를 융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인공지능 기반 스타트업 ‘스켈터랩스’에 직접 투자해 ICT와 쇼핑을 접목한 차세대 유통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 ‘챗봇’을 기반으로 고객의 쇼핑을 돕는 식이다. GS리테일은 KT와 손잡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체험공간인 ‘브라이트’를 선보인다.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K뱅크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한 GS리테일은 금융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종합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변신을 노리고 있다.

 이마트는 ‘힛트맵’으로 불리는 쇼핑 패턴 분석 기술을 도입한다. 누가 어떤 물건을 어디에서 사는지, 어느 매대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어느 경로로 움직이는지 등을 분석하고 매장 진열, 상품 배치, 재고 관리 등에 활용한다. 현대백화점은 인공지능 통역 기술을 적용한 ‘쇼핑봇’을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배치해 운영 중이다. CJ그룹은 최근 유통채널인 CJ오쇼핑과 미디어 콘텐트 경쟁력을 확보한 CJ E&M을 합병해 쇼핑과 미디어 두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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