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 미사일을 쏘자 "콰앙~" 소리가 났다. 상대방 카트에 미사일이 명중하자 나는 소리다. 미사일에 맞은 차는 5초간 움직이지 못하는 ‘통제 불능’이 됐다. 물론 진짜 미사일이 아니다. 천장의 프로젝터에서 나온 영상이 바닥에 그려진 가상의 미사일이다. 이 레이싱 게임은 핸들 잡은 이들의 운전실력으로만 승부가 나지 않는다. 코스 중간에 갑자기 나타나는 폭탄도 차를 멈추게 한다. 단순히 코스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이런 장애물까지 잘 피해야 승리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제주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는 '번개레이싱 테마파크' '플레이 박스 VR' 등 실내에서 즐기는 VR 콘텐트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제주관광업계는 자연 관광자원에 비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트가 부족하다고 호소해 왔다.
특히 이런 실내 관광 자원은 기상 악천후 상황에 꼭 필요하다. 제주는 지난해 겨울에 이어 이달 초반에도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져 섬을 찾은 관광객들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쌓인 눈에 관광지들이 시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업계는 폭설 외에도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과 여름 장마철, 가을에 주로 발생하는 태풍 때에도 VR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2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항공우주박물관 3층에 마련된 번개레이싱 테마파크를 직접 찾았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인기 캐릭터 ‘번개맨’의 캐릭터를 활용해 이름 붙여졌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EBS, 아가월드가 공동으로 지난해 9월 만들어진 국내 첫 VR 실내 카트 레이싱 테마파크다. 컴퓨터 화면 속에서만 즐기던 슈팅과 레이싱 게임이 전국 처음으로 제주에서 VR로 구현됐다는 업계의 평가다.
실제 카 레이싱을 즐기는 박일만(35·정읍시 연지동)씨는“실제 레이싱카나 카트는 비나 눈이 오면 타기 쉽지 않지만,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만큼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인용 카트에 6살 아들을 태워 레이스를 즐긴 박진규(35·순천시 해룡면)씨는 “처음엔 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 타봤는데, 미사일이 상대방 차에 맞아 상대방을 추월하자 내가 더 신났다”며 “학창시절 즐기던 ‘카트라이더’ 게임을 실제로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타는 카트는 실제 모터로 구동되고 고무타이어에 의해 코스를 달린다. 하지만 2050㎡넓이의 코스는 천장에 설치된 42대의 프로젝터 가 쏜 영상이 구현해낸다.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 기술과 위치기반 기술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로 구현한 트랙 위를 달리는 방식이다. 업체는 컴퓨터 게임처럼 미사일 같은 아이템을 쓸 수도 있게 하기 위해 최근 3년 간 가상현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해뒀다.
‘번개 레이싱’운영을 맡고 있는 아가월드 이세종 대표는“VR을 활용하면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코스를 무한대로 바꿀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VR 레이싱 테마파크의 경우 주말에 4시간씩 기다리는 데도 재방문률이 높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VR로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테마파크도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제주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일대를 360도로 회전하며 신나게 볼 수 있는 콘텐트 체험공간 '플레이박스VR'이다. 지난해 11월 일 제주시 연동 수목원테마파크 2·3층에 문을 열었다. 제주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와 VR 콘텐트 기업 피앤아이시스템, 수목원테마파크가 함께 운영 중이다.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성산 일출봉과 용머리해안·외돌개·송악산·산방산 상공을 3분간 날아다니며 구경하는 ‘제주 하늘을 걷다’는 이름 그대로 제주의 자연을 하늘에서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황인신(55·대구시 두류동)씨는 “매번 밑에서만 바라보고 올려다 본 풍광을 편안히 앉아 안전하게 날아다니며 볼 수 있어 가슴이 뛰었다”며 “제주를 여러 번 찾았지만 고개를 돌리면 내 시선이 곧 화각이 되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지인들에게도 추천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주 윈드코스터 산방산’도 있다. 눈 앞에 펼쳐진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그리고 송악산의 절경을 360도 회전하며 체감 시속 120㎞의 속도로 달린다. 도착까지 2분 30초간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각도로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에 달린 유압장치가 최대 120도로 움직여 실제 경사면을 만들고, 속도 체감을 위해 바람까지 만들어낸다. 이밖에 로봇과 벌컨포, 전투기에 탑승해 슈팅을 즐기는 기기 등 10여가지 기구가 준비돼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굿모닝 내셔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