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미투 운동, 文정부 분열” 논란…여권서도 “사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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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소환된 방송인 김어준. [중앙포토]

2012년 5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소환된 방송인 김어준. [중앙포토]

방송인 김어준(50)씨의 ‘미투(#Me_Too)’ 운동과 관련한 발언이 논란이다.

김씨는 지난 24일 공개된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2회 방송에서 “예언을 하나 할까 한다”고 운을 뗀 뒤 “최근에 미투 운동과 같이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범죄 뉴스가 많다. 그런데 공작의 사고 방식으로 보면 섹스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이고, 진보적인 가치가 있다. 그러면 (어떤 세력들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매체에 등장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틀림없이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 혹은 기사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에 “역사적 이정표였다. 여성들에게 위로와 격려, 용기를 줬다”고 치켜세운 터라 해당 발언이 알려진 뒤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권 문제에 여야나 진보·보수가 관련이 있느냐”며 “진보적 인사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감춰줘야 하는 것이냐”고 썼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 의원이 올린 글의 댓글은 ‘(금 의원의) 이해력이 떨어진다’ ‘안철수와 맞는 자이니 민주당에서 축출해야 한다’ ‘총구의 방향이 틀렸다’ 등 오히려 금 의원을 공격하는 글이 다수를 이뤘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도 25일 금태섭 의원을 향해 “전체 맥락과 달리 오해할 만하게 잘라 편집해 집중 공격하는 댓글단의 공작”이라며 “전형적인 이슈몰이에 김어준의 반격이 기대된다”고 썼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김어준씨의 발언을 비판하며 올린 SNS 글. [사진 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캡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김어준씨의 발언을 비판하며 올린 SNS 글. [사진 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금 의원은 25일 SNS에 추가로 “(성범죄) 피해자들은 참기 힘든 고통을 당하면서도 길게는 수 년간 피해 사실을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 아직까지 피해 사실을 얘기하지 못한 분들이 김어준씨의 발언을 본다면 ‘내가 댓글공작을 꾸미는 사람들에게 이용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 간사를 맡고 있는 정춘숙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닫게 만드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도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씨의 과거 막말 발언으로 휘청하지 않았느냐. 민감한 사안에 위험한 발언으로 왜 화를 자초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비판도 이어졌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진영논리를 동원해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 일”이라고 했고,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가 권력을 비호하는 방송인의 입으로 심각하게 모독됐다”고 비판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는 과거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과 김용민,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다시 모여 만든 팟캐스트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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