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弔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2호 04면

볼수록, 들을수록, 깔수록 가관입니다. 이른바 문화 권력들의 추악한 민낯 말입니다. 그 알량한 재주 하나 믿고,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특히 여성을 성 노리개 정도로 생각하고 저질러온 만행에 참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죄라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숨어버리고, 한다 해도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과연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 걸까요.

editor’s letter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그렇게 해왔다고, 관행이었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오랜 시간 성적 수치심에 피눈물을 흘려온 피해자가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적폐입니다. 그런 관행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적폐는 청산해야 한다고, 세상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관행의 시대’ ‘침묵의 시대’에 대한 조종(弔鐘)입니다.

올해는 정부수립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제 식민지배를 벗어나 우리 손으로 나라를 다스려보자는 각오가 처음으로 시작됐죠.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성장하지 못한 분야도 있었습니다. 외려 썩은 내가 진동하는 곳도 여기저기서 발견됐습니다.

문제가 생겼으면 풀어내면 됩니다. 이번에 큰 용기를 낸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혹은 모르는 척했던 문제를 직시하게 됐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 힘으로 움직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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