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스승 대접」|한천수<사회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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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곱번 째로 맞는 스승의 날(l5일)을 앞두고 정부는 교원우대방안을 마련, 교원들에게 선물로 내놓았다.
고궁 등 문화재 시설 무료이용, 사학교원에게도 공무원 연금매점 이용을 허용하는 구체적 방안과 함께 봉급수준향상, 주택·생활자금 지원 등 장기계획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을 받아들이는 교원 당사자들의 반응은 별로 탐탁지 않아 보인다. 그 동안 수없이 반복된 교원우대구호와 약속이 우리사회에서 교원 존경풍토 마련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개혁심의회는 우리의 교육을 「위기적 상황」으로 진단, 몇 가지 지표를 제시한다. 그중 교원과 관련된 부분을 보자.
교원의 사회적 공헌도는 청소년 지도자에 이어 2위. 그러나 사회적 지위는 24위(초등교사), 경제적 지위는 30위. 고교교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10.3시간(정규수업 4, 보충·자율학습 2.5, 관련업무 3.8시간). 서울시내 고교가 처리하는 각종 문서는 하루 평균 8건 꼴인 연간 2천8백81건(교육기관 1천6백45건, 유관기관 1천2백36건).
이 같은 상황에서 교사의 65%는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직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 이유는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32.7%), 「경제적 불안정」(27.6%)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우리 교사들은 사회적 공헌도는 높으나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많은 교사들이 사회적 존경도 받지 못하고, 높은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교육활동에 전념하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특히 교직에 대한 불만의 가장 큰 이유가 사회적 지위가 낮은데 있다는 인식은 앞으로 교원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고궁 무료입장이나 경제적 도움도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사회적인 존경과 권위를 되찾아 주는 일, 즉 정신적 우대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스승 앞엔 더 높은 사람이 없다』는 문교장관의 특별수업 강의가 구호로만 맴돌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문교부를 비롯한 각급 교육행정관청에서부터 교사를 「사무원」으로 떨어뜨리는 듯한 시시콜콜 번잡다단한 지시-보고행정업무를 과감히 폐지하 는등 「스승대접」의 본을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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