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014년 새누리당이 환영논평 냈던 김영철은 동명이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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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하는 것과 관련해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엄호하고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방카 미 백악관 고문과 김영철이 함께 폐막식에 참석하는데, 북한과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한다는 점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큰 의미가 있다”며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북한 인사를 꼬투리 잡아 보이콧 운운하며 올림픽 훼방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0월 15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회담 대표가 김영철이었다”며 “당시 일부 언론에서 천안함 배후설을 제기했지만,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남북 간 대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4년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때 김영철이 참석한 사진을 흔들며 “그때 새누리당은 ‘대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일련의 상황이 매우 기쁘고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며 “자신들이 여당일 때 높이 평가하던 회담 당사자인 2014년의 김영철과 지금 거품을 물고 막는 2018년의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말했다.

옆에서 다른 참석자가 “동명이인 아닌가”라고 거들자 우 원내대표는 “동명이인인가”라고 되풀이하며 “민생입법을 거부할 핑계로 삼으려는 자세를 접으라”고 주장했다.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 남북 군사회담 대표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왔다. [사진제공=국방부]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 남북 군사회담 대표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왔다. [사진제공=국방부]

민주당 지도부가 거론하고 있는 2014년 10월 15일 남북 군사회담은 판문점에서 열렸다.

당시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영철의 직책은 정찰총국장이었다. 그 해 10월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뒤 전화통지문을 주고받으며 만남 일정을 조율했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10월 10일 벌어진 총격전도 영향을 미쳤다.

군사회담 직후 권은희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은 “남북관계가 대화와 도발을 오가는 상황이지만, 대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일련의 상황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논평을 냈다. 양측이 치닫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 당국자가 만났던 것으로, 이번 대화 국면과는 상황이 달랐다는 게 야당 시각이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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