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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하키 20년 묵은 체증이 쑥, 캐나다 5연패 막고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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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캐나다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1998년 나가노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이다. 미국 선수들이 역전승을 거둔 뒤 글러브와 헬멧, 하키스틱을 모두 던져버리고 한데 엉켜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캐나다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1998년 나가노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이다. 미국 선수들이 역전승을 거둔 뒤 글러브와 헬멧, 하키스틱을 모두 던져버리고 한데 엉켜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의 마지막 슈터 메간 아고스타(32)가 때린 회심의 슛이 미국 골리에게 막혔다. 벤치에 있던 미국 선수들은 착용했던 글러브와 헬멧, 하키스틱을 모두 링크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골리 메디 루니를 향해 뛰쳐나가 기쁨을 누렸다. 승부치기(슛아웃)까지 간 ‘하키 전쟁’의 승자는 미국이었다.

하키 맞수, 승부치기서 3-2 결판 #세계선수권 7차례 우승했지만 #올림픽선 캐나다에 3연속 패배 #예선 땐 양팀 주먹다짐까지 불사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1위 미국이 캐나다(2위)의 올림픽 5연패(連覇) 도전을 저지하고 20년 만에 금메달에 키스했다. 미국은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승부치기 끝에 캐나다(2위)를 3-2(0-1 2-0 1-0 0-0 <승부샷> 1-0)로 꺾고 우승했다.로 꺾고 우승했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나가노올림픽 우승 이후 20년 만에 차지한 왕좌다.

미국은 지독한 ‘올림픽 징크스’를 털어냈다. 미국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 8차례 중 7차례 우승했다. 최근 4개 대회 모두 결승에서 캐나다를 누르고 챔피언이 됐다.

유독 올림픽에서는 캐나다에 약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부터 2014년 소치까지 4번의 올림픽 결승에서 캐나다와 3번 만나 모두 졌다. 특히 소치에서 미국은 2-1로 앞서다 종료 55초 동점골을 허용하고 연장에서 역전패한 아픔이 있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었던 지난 15일 예선 대결에서 양 팀은 주먹다짐도 불사하며 몸싸움을 펼쳤다. 미국은 더 많은 슛을 때리며 경기를 주도하고도 패했다. 결승에서 다시 만나면 캐나다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결승 1피리어드 19분 34초 힐러리 나이트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2피리어드 캐나다는 2골을 넣어 경기를 뒤집었다. 두 번째 골을 넣은 캐나다 주장 마리-필립 풀랭은 2010년 벤쿠버올림픽부터 3개 대회 연속 결승전 골 맛을 봤다. 미국은 패색이 짙던 3피리어드 13분 39초 모니크 라모르-모란도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20분의 연장 승부에서 골은 터지지 않았다.

캐나다의 선공으로 시작된 승부치기에서 양 팀은 골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5명의 슈터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6번째 이날 3피리어드 극적인 동점골 주인공 라모르-모란도가 현란한 퍽 드리블로 골리를 제친 뒤 골망을 흔들었다. 캐나다는 아고스타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었으나 실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퍽이 미국 골리 루니가 신패드(정강이 보호대)를 맞고 나오는 순간 경기는 끝났다. (올림픽의) 악령(demons)은 사라졌고, 묵은 체증이 내렸다”고 표현했다. 롭 스타우버 미국 대표팀 감독은 “오늘은 우리가 웃었지만, 캐나다와의 지독한 라이벌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이어진 시상식에서 캐나다 선수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눈물 흘리는 캐나다 선수들. [AP=연합뉴스]

눈물 흘리는 캐나다 선수들. [AP=연합뉴스]

빙판 위에는 하키 전쟁이 벌어졌지만, 경기장은 축제였다. 미국과 캐나다 팬들은 경기 내내 “USA(미국)”와 “캐나다”를 외쳤고,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어댔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온 리치 그레거슨은 “아이스하키는 우리의 삶”이라고 했다. 이날 세라 머리(30) 감독을 비롯한 한국 대표선수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 선수 대부분은 미국을 응원했다.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동생 한나 브랜트가 미국 대표팀에서 뛰고 있어서다. 캐나다인 아버지(앤디 머리)를 둔 머리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머리 감독은 한 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지 않고, 두손을 꼭 쥔채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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