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어려워도 매년 수억원 현금 빼간 GM의 수상한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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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글로벌 기업 지엠(GM)이 오는 5월 한국 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전북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21일 한국 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공장밖으로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국의 글로벌 기업 지엠(GM)이 오는 5월 한국 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전북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21일 한국 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공장밖으로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GM본사가 경영 위기를 겪는 한국GM에 막대한 연구개발비·업무지원비를 부담하게 하는 등 사실상 '현금 인출기'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M본사는 한국GM에 막대한 R&D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 지난해 6140억원, 2014년부터 3년간 총 1조8580억원이다. 본사가 한국GM에서 현금만 빼 갔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GM본사는 한국GM을 살려달라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지난 1월말 만기가 된 외화 차입금 4097억원을 회수해가기도 했다. 회생 의지가 있었다면 만기를 연장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GM은 과도한 업무지원비를 부담하게 한 의혹도 있다. 2013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할 때도 한국GM이 2916억원을 지원금액으로 내게 했고, 매년 글로벌 구매·물류·회계 시스템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백억원을받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300억원에 달한다.

또한 GM는 국내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10%포인트 높은 매출 원가율을 부담하게 했다. 즉 본사가 부품을 비싸게 한국GM으로 넘기고, 여기서 만든 차량을 값싸게 사들였다.

이런 GM의 전력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다. 2013년 호주의 정부 보조금이 삭감되자 현지 생산 철수를 선언했고, 2016년에는 캐나다 공장을 폐쇄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금을 요구했다. 정부는 GM의 지원요청에 "구체적인 장기 투자 계획"을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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