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한류우드' 명칭 놓고 다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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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건립될 ‘한류우드(韓流-Wood)’가 명칭 문제 때문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가 사업 업체를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개발 준비에 들어간 ‘한류우드’는 한류 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일산 장항동 일대에 30만평 규모로 세워지는 복합문화단지이다.

시설을 만드는 취지만큼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정작 외면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름이다. 한자와 영어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한류우드’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쓰여지면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명칭 문제는 한류우드 계획 초기부터 있었다. 작년 초,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한류우드 계획을 발표하면서 많은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국적 불명의 단어를 써서 국제 망신시킬 일 있느냐’며, ‘명칭을 바꾸자’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결국 경기도와 한류우드 홈페이지에서 자체적으로 명칭 문제와 관련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명칭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사업 업체를 선정하고 개발 계획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간 이달 초. 명칭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네티즌들은 ‘결국 그대로 가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고 모 포털 사이트에 청원까지 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1천600여명의 네티즌이 청원에 동참하여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영송’ 님은 “말장난으로 한 번 나올 수 있는 단어를 대한민국 문화의 대명사로 표기한다는 것에 어이가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으며, ‘박경숙’ 님은 “우리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나 아이디어에 비해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명칭으로 바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류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한누리’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류우드 홈페이지(www.hallyu-wood.co.kr)의 ‘한류우드 명칭제안’ 방에도 최근 사흘동안 100여건의 명칭 변경에 대한 글이 올라오면서 이름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네소타 유학생’ 님은 “자신의 룸메이트에게 한류우드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왜 할리우드를 따라하느냐고 되물어서 정말 낯뜨거웠다”면서, “미국인들이 외국 문화를 받아들일 때 그 나라 언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감x무한’ 님은 “(한류우드 건립) 목적이 한국 문화를 퍼트리는건데 한국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름은 헐리우드를 촌스럽게 베낀 느낌 밖에 안 난다”고 꼬집었고, ‘가구공장사장’ 님은 “마치 가구공장 이름같다”고 빗대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경기도는 ‘아직까지는 명칭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좀 더 지켜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만 반복하고 있다.

국적 불명의 합성어로 된 이름, 한류우드. 과연, 명칭 문제를 해결하고 온국민에게 사랑받는 곳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김지한/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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