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속 제왕'과 '빙속 황제'의 마지막 승부는 매스스타트에서 가려지게 됐다. 이승훈(30·대한항공)과 스벤 크라머르(31·네덜란드)의 팀 추월 대결은 무산됐다.
이승훈(30·대한항공)·김민석(19·성남시청)·정재원(17·동북고)가 출전한 한국은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준결승에서 3분38초82로 결승선을 통과, 뉴질랜드(3분39초54)를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어 열린 경기에선 노르웨이가 3분37초08의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네덜란드(3분38초46)를 물리쳤다. 한국 팬들의 관심을 모은 이승훈과 크라머르의 승부도 불발됐다. 한국은 결승에서 노르웨이에 져 은메달을, 네덜란드는 3·4위전에서 뉴질랜드를 이겨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과 크라머르의 인연은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시작됐다. 1만m에서 크라머르는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코치가 착각해 코스를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실격당했다. 덕분에 두 번째로 빠른 이승훈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크라머르는 5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 자존심을 세웠다.
두 선수는 4년 뒤 소치에선 세 차례 맞붙었는 데 모두 크라머르가 웃었다. 5000m에서는 크라머르가 금메달, 이승훈이 12위를 기록했고, 1만m에서는 크라머르가 은메달, 이승훈이 4위에 올랐다. 가장 아쉬운 건 팀 추월이었다. 결승에서 만나 네덜란드가 3.14초 차로 한국을 제압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두 선수가 네 종목에 나란히 출전했다. 5000m, 1만m, 팀 추월, 그리고 매스스타트다. 5000m에서는 크라머르가 우승하며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승훈은 5위로 선전했다. 하지만 1만m에서는 이승훈이 4위, 크라머르가 6위를 기록해 이승훈의 우세를 보였다. 두 선수의 마지막 대결은 24일 매스스타트에서 열린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달리는 경기로 쇼트트랙 출신인 이승훈이 강점을 보이는 종목이다. 이승훈이 2016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데 비해 크라머르는 매스스타트에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