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빈익빈… 저학력 흑인 실업률 백인의 2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볼티모어에 사는 흑인 남성 윌리엄 베이커(47)는 얼마 전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강도짓을 벌인 대가였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벌이가 없는 부모를 대신해 일찍부터 거리에 나가 마약을 팔아야 했다. 지금은 시간당 10달러를 받으며 창고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도심 빈민가에서 베이커와 같은 비참한 삶을 사는 흑인 남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20일 전했다. 20년에 걸친 경제 호황과 복지정책으로 흑인 여성을 포함한 상당수 저학력.저소득층이 혜택을 보았지만 흑인 남성들의 상황은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관련 연구 결과를 내놓은 컬럼비아.프린스턴.하버드대 연구팀은 "이 같은 인종별.성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국가적 재앙'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도시 빈민가 흑인 남성의 절반은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또 흑인 남성 고교 중퇴자 10명 중 7명은 실업자다. 같은 조건의 백인과 비교하면 실업률이 두 배 이상이다.

고교를 중퇴한 20~30대 흑인 남성 10명 중 6명은 감옥 신세까지 진다. 이들의 실업률과 수감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흑인 남성들이 미국 사회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연구팀은 흑인 남성들의 사회적 몰락이 열악한 가정 환경, 인종차별, 제조업 감소, 특유의 비주류 문화 등이 얽혀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