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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장갑’에서 ‘귀국 선물’까지…평창 기념품점서 줄 서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오전 서울역의 평창올림픽 기념품점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정용환 기자

18일 오전 서울역의 평창올림픽 기념품점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정용환 기자

최고 인기 아이템은 '장원급제 수호랑'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9시30분 서울역 로비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10시에 문을 여는 ‘평창 동계올림픽 오피셜 스토어’에 먼저 들어가기 위해서다. 1등으로 줄을 서 있던 정혜진(31·여)씨는 “8시 반부터 줄을 섰다. ‘장원급제 수호랑’ 인형을 사려고 어제 왔는데 못 사서 오늘 다시 왔다”고 말했다.

‘장원급제 수호랑’ 인형 등 인기 품목을 온라인 샵에서 품절된 지 오래다. 오프라인 기념품점에서도 입고 즉시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줄을 서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게 줄을 선 이들의 설명이다. 대학생 김지원(22·여)씨는 “인형도 좋고 담요나 볼펜도 기념으로 하나 사두고 싶어 줄을 섰다. 온라인 스토어에선 지금 웬만한 물건들은 다 품절이다”고 말했다.

대부분 품절 상태인 수호랑 인형들. [사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온라인 스토어]

대부분 품절 상태인 수호랑 인형들. [사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온라인 스토어]

줄 서는 이유도 각양각색 

손자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60대도 있다. 한모(65)씨는 손자에게 줄 수호랑 인형을 사려고 줄을 섰다. 17일 강릉에 경기를 보러 갔다가 표를 구하지 못해 사람 구경만 하고 왔다는 한씨는 “경기장 근처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수호랑 인형을 선물로 하나 받았는데, 무척 귀여워서 똑같은 걸 하나 사서 손자에게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김한울(24)씨는 여자친구인 박정윤(23·여)씨와 올림픽 기념 장갑을 함께 사려고 왔다. 이들은 “이렇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니 예쁘게 만들어진 상품들이 평창올림픽의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 것 같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역 오피셜 스토어 외 다른 매장에서도 동계올림픽 기념품의 인기는 높았다.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에 있는 기념품점은 판매 직원만 7명이다. 다른 가게보다 큰 규모라 배정되는 물량도 많지만, 보통 입고 두 시간 안에 물건들이 거의 다 팔린다고 한다.

이날 오후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3살, 5살 자녀들과 함께 올림픽 기념 티셔츠를 구경하던 박평준(30)·조아영(30·여) 부부는 “가족끼리 똑같이 입을 수 있는 티셔츠를 사기 위해 왔다.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가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념품을 대량 구매한 일본인 관광객 나코지야(32·왼쪽)와 후지모토(26·오른쪽). 정용환 기자

올림픽 기념품을 대량 구매한 일본인 관광객 나코지야(32·왼쪽)와 후지모토(26·오른쪽). 정용환 기자

일부 희귀 아이템은 '웃돈 거래'도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인 관광객인 후지모토(26)와 나코지야(32)는 쇼핑 바구니에 수호랑·반다비 인형을 한가득 담았다. “일본에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왜 두 인형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귀여워서” 라고 답했다.

인기 인형들을 웃돈을 받고 사고 판다는 인터넷 글들. [사진 중고나라 캡처]

인기 인형들을 웃돈을 받고 사고 판다는 인터넷 글들. [사진 중고나라 캡처]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들을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중고품을 거래하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원하는 물건을 알려주면 수수료를 받고 대리 구매를 해주겠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송우영·정용환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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