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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제안 차분하게 분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1호 30면

독자 옴부즈맨 코너

2월 11일 자의 주요 지면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추어 한국을 방문한 김여정 특사의 방북 제안에 관련한 기사들로 채워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운까지 감돌던 상황에서 이렇게 갑자기 상황이 급변한다는데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우리나라가 3수 끝에 유치한 동계올림픽이 평화적으로 성황리에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은 큰 수확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이 단순히 그 이벤트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자욱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북한은 자신이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지렛대의 거의 최대치를 사용했고, 공은 이제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1면과 3, 5면의 기사들은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들을 차분히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핵화를 둘러싼 북한과 미·일의 입장은 이미 명확한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방북 제안에 대한 대처방안에 대해 전문가 3인의 의견이 모두 엇갈리는 것처럼, 우리 정부의 선택은 너무나 어려운 시험대에 놓여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균형감각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이번 북한 고위급 특사의 방남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북한의 올림픽 참가 등의 사건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미 현실 감각이 없을 정도로 남이 되어버렸던, 북한에 사는 사람들이 사실은 나와 같은 생김새에 같은 말과 글을 쓰고,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생생하게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웰다잉(Well-Dying)’이 화제가 되고 있다. 11면의 기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도입 및 시행을 이끈 원혜영 의원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최근 가까운 친척 어른이 임종하기 전에 뇌사 상태의 위기에 처할 뻔했는데, 이 당시 연명 치료를 할 것인지에 대해 가족들 간의 논의가 있었던 터라 이 기사에 더욱 관심이 갔다.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을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잘 강조되었다고 생각한다.

‘시노믹스’ 5년 성적표를 분석한 19면 기사 역시 눈길을 끈다. 중국이 체질 개선을 통해, 제조 대국에서 서비스와 소비의 나라로, 짝퉁 대국(C2C)에서 창조 대국(CFC)으로, 창업 대국에서 유니콘 양성소로 거듭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중국은 우리를 추월해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데, 우리만 과거의 성취에 취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위기감이 든다.

설지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세계보건기구(WHO)서태평양 지부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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