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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 10조원짜리 미사일방어망 갖추려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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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사일방어(MD)망을 촘촘하게 갖추기 위한 예산안을 마련했다.

한국에도 배치한 사드 요격미사일 82발 추가 생산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GB, 2023년까지 64발로 #상승단계 미사일 레이저로 격추하는 드론도 개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2019 회계연도 예산안 중 국방부 몫은 6861억 달러(약 738조원)였다. 이 중 핵 억지력 예산은 240억 달러(약 25조8000억원), 미사일 방어 예산은 129억 달러(약 13조8800억원)였다. 전체 미사일 방어 예산 가운데 99억 달러(약 10조6500억원)가 미사일방어국(MDA)에 배정됐다.

미사일방어국은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의 개발ㆍ연구ㆍ운용을 책임을 지는 미 국방부의 부서다. 2018 회계연도 MDA의 예산안은 79억 달러(약 8조5004억원)로 20억 달러(약 2조1500억원)가 늘어난 것이다.

알래스카에 설치할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 개념도. [자료 MDA]

알래스카에 설치할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 개념도. [자료 MDA]

20억 달러의 예산 증액 요구 배경에 대해 MDA는 콕 집어서 ‘북한 위협 대응’이라고 밝혔다. MDA의 예산 요청서에선 “최근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역량이 발전하고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와 같이 점증하는 위협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라고 쓰여 있다. 또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를 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에 전진 배치된 미군에 도달할 수 있는 수백 기의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위협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두 줄에 불과했다.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 [사진 MDA]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 [사진 MDA]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사일 방어 예산 증가를 요청했다”며 “북한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협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점증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의회도 이를 지지해왔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배치된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사진 MDA]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배치된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사진 MDA]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사진 MDA]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사진 MDA]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는 10단계. [자료 MDA]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는 10단계. [자료 MDA]

MDA 예산안의 핵심은 ‘눈’과 ‘방패’를 늘리는 것이다.

MDA는 하와이에 두 대의 태평양 식별 레이더(PDR)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9580만 달러(약 1031억원)를, 알래스카에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 두 대의 설치비용 1억6460만 달러(약 1772억원)를 각각 의회에 요청했다.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의 업그레이드 예산은 1억4970만 달러(약 1611억원)다. 이 레이더는 4800여㎞ 떨어져 있는 야구공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지난해 4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최고조였을 때 한반도 인근 해역에 파견된 적 있다. 탄도미사일 조기 경보를 담당하는 우주 정찰ㆍ추적시스템(STSS) 위성의 사용 기간을 늘리는 데 3700만 달러(약 398억원)가 투입된다. 이 위성들은 2007년부터 발사됐기 때문에 일부는 사용 기간이 지났다고 한다.

북한이 3월 6일 오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주한미군이 C-17 수송기에 싣고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요격미사일 발사대 2기 등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북한이 3월 6일 오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주한미군이 C-17 수송기에 싣고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요격미사일 발사대 2기 등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미사일방어망의 ‘방패’격인 각종 요격 미사일의 숫자도 늘어난다.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블록2 미사일 40발을 생산하는 데 7억6750만 달러(약 8260억원)를 투자한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하와이에서 SM-3 블록2의 요격 실험에 실패했다. 그러나 MDA는 지난 시험발사 실패는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SM-3 블록2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500㎞, 최대 고도는 1500㎞다.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도 9억2640만 달러(약 9970억원) 예산으로 현재 44발에서 2023년까지 64발로 늘리기로 했다.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에 배치된 이 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SM-3 요격미사일 블록별 차이점. [자료 레이시언]

SM-3 요격미사일 블록별 차이점. [자료 레이시언]

MDA는 내년 말까지 13억 달러(약 1400억원)를 들여 전 세계 7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포대에 82발의 요격미사일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전체 사드 요격미사일 보유 대수는 481발로 늘어난다. 현재 미국은 본토에 5개 포대, 미국령 괌과 한국에 1개 포대씩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MDA는 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에 몇 발의 요격미사일을 더 배치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사일방어국(MDA)이 미국의 다층 미사일방어(MD)망을 설명한 개념도. 제일 왼쪽의 상승단계(Boost)엔 무인기가 요격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사진 MDA 사이트 캡처]

미사일방어국(MDA)이 미국의 다층 미사일방어(MD)망을 설명한 개념도. 제일 왼쪽의 상승단계(Boost)엔 무인기가 요격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사진 MDA 사이트 캡처]

이와 함께 SF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무기 연구도 진행한다.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요격할 수 있는 레이저 탑재 드론 개발을 위한 사업에 6600만(710억원)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추진체를 연소하는 상승단계에선 대기권 안에 있다. 이 때문에 마찰이 적어 탐지ㆍ추적이 쉽고, 속도가 빠르지 않아 요격이 용이하다. 다만 상승단계는 중간ㆍ종말 단계에 비교해 시간이 짧다. 또 요격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치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 MDA가 상승단계 요격수단으로 드론을 내세우는 이유다. 적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드론이 가까운 거리에서 레이저를 쏘아 중요 전자장치를 무력화해 요격하는 방법을 MDA는 구상하고 있다. 현재 록히드마틴ㆍ보잉ㆍ제너럴 아토믹스 등 3개 업체가 레이저 탑재 드론 개발에 뛰어들었다. 2020년에 시험비행을 할 계획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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