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빈아, 한달만 좀 쉬자…나도 좋은 아빠 되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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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타워콘도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이용 총감독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31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타워콘도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이용 총감독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성빈 金' 조련한 이용 감독 "성빈아! 한달만 푹 쉬자!"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남자부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 차로 금메달을 딴 윤성빈(24·강원도청)을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기뻐하고 감격해 한 사람이 있었다. 2012년부터 윤성빈을 지도한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이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부터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이야기해왔던 이 감독은 꿈이 현실로 된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기까지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 감독은 "우리가 완벽하게 준비했다. 1월31일부로 훈련을 마친 뒤에 자신했다. 올림픽인데 긴장도 안 되니까 우리 스태프 내에선 그만큼 떳떳하게 준비했으니까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윤성빈을 세계 1위 특급 선수로 길러낸 이 감독은 미안함부터 전했다. 그는 "2012년부터 쭉 지켜봐왔다. 가장 미안했던 성빈이의 스타일이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걸 좋아한다. 따뜻하게 얘기하고 감싸안아주면 좋았을텐데, 나는 선수들한테 채찍질만 했던 지도 습관이 있다"면서 "메달을 못 땄으면 원망도 많이 했을텐데, 이젠 마음이 편하다. 질책보다는 이게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윤성빈이 16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결승 4차 주행을 마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펼쳐 들고 기뻐하고 있다. [평창=뉴스1]

대한민국 윤성빈이 16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결승 4차 주행을 마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펼쳐 들고 기뻐하고 있다. [평창=뉴스1]

겨울올림픽에 루지 선수로 뛰었던 이 감독 입장에서도 썰매인으로서의 숙원을 해결한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지난 2016년엔 28일, 2017년부터 이달까지는 단 17일만 집에 들어갈 만큼 대표팀 조련에 푹 빠져 일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자정에 자는 일이 반복됐다. 이 감독은 "어제 밤에 솔직히 설렜다. 1초 정도 차이면 성빈이 쪽으로 승부가 결정났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딸과 한 시간 정도 영상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윤성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요청하자 이 감독은 "성빈아! 이제 한달만 좀 쉬자!"면서 "이젠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감독의 평창올림픽이 아직 다 끝난 건 아니다. 아직 남녀 봅슬레이와 여자 스켈레톤이 남았다. 이 감독은 "성빈이 경기를 통해서 차이가 벌어지는 걸 확연히 느꼈다. 봅슬레이도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과 동시에 마음을 잡고 다시 현장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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