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다 개최국 선수에 밀려...지독한 올림픽 불운 겪은 '황제' 두쿠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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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을 마친 뒤 손을 흔드는 마르틴스 두쿠르스. 평창=오종택 기자

주행을 마친 뒤 손을 흔드는 마르틴스 두쿠르스. 평창=오종택 기자

 8년간 황제로 불렸던 스켈레톤 스타.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은 한번도 따지 못했다.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는 또한번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엔 한국에서 떠오른 무서운 신예 윤성빈(24·강원도청) 때문이었다.

두쿠르스는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4차 주행에서 합계 3분22초31로 4위에 그쳤다. 금메달을 딴 윤성빈(3분20초55)은 물론 메달권에서도 밀렸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3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렸던 두쿠르스는 또한번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두쿠르스는 스켈레톤의 황제로 불리는 선수다. 봅슬레이 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4세부터 스켈레톤 선수로 활약한 두쿠르스는 17세에 라트비아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2009~2010 시즌 4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 해부터 8시즌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그런데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모두 홈 트랙 이점을 살린 선수들에게 밀렸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땐 존 몽고메리(캐나다)에게 0.07초 차로 패했다. 이어 2014년 소치 대회엔 알렉산드르 트레티아코프(러시아)에 0.81초 차로 밀렸다. 올림픽 은메달 2개도 값지지만 두쿠르스는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것,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더 달렸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내 마지막 꿈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고 말했다.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3차 경기에서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가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3차 경기에서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가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그러나 올림픽 시즌에 두쿠르스는 들쭉날쭉했다. 윤성빈이 7차례 월드컵 중 5차례나 1위, 2차례 2위를 차지한 반면 두쿠르스는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땄다. 3차 월드컵에선 6위까지 밀렸다. 이달 초 평창에 들어온 뒤 윤성빈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려 했던 두쿠르스는 절치부심하면서 올림픽 금메달을 준비했다. 그러나 홈 트랙 이점을 살려 집중 훈련을 하고 자신감이 물올랐던 윤성빈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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