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감귤로 다지는 제주 - 북한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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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로 다져 온 제주와 북한간 교류가 제주도를 '남북교류 1번지'로 급부상시키고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 남북 장관급 회담이 제주에서 열린데 이어 제주도민 방북행사가 3차례 계속되고 다음 달엔 첫 '남북통일 민족평화 체육 축전'(약칭 통일축전)에 북한의 참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통일축전 등 기대감 커진다=제주에서 벌인 감귤보내기 사업에 대한 북한 측의 초청으로 지난 달 이뤄진 제주도민 방북은 지난해 5월과 11월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제주도민 2백56명은 지난달 25일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해 5박6일간 평양과 백두산 등지를 둘러보고 왔다. 그간 3차례의 방북행사에 참가한 제주도민은 7백여명을 웃돈다.

이번 방북에서 우근민 제주지사는 북한 조국통일위원회 전금진 부위원장.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 등과 만나 '민족의 영산'인 한라산.백두산에 대한 학술진 교차방문 및 현장조사.연구에 대해서도 원칙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부터 실무협의를 갖고 내년 중 연구진의 현장 조사.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일축전에 대해서도 북한 고위간부들이 선수단을 파견하는 등 적극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고 우지사는 전했다.

이 축전은 올 연초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가 제의하고 북측이 합의, 10월 23~27일 제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통일축전은 남과 북의 국가대표급 선수간 경기와 문화예술계 인사의 공연으로 이어지는 전국체전의 확대형태다.

북측은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버금가는 5백여명의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단 이후 첫 민간차원의 남북한 공동 문화체육행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는 지난 7월부터 축전 지원본부를 가동, 축전 성공 개최를 통한 '제주'의 대외 이미지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홍원영 제주도 관광문화국장은 "민족의 화해를 위해서도 축전을 성공시켜야 한다"며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 무르익는 교차관광=제주도와 남북교류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는 5년여 간 감귤보내기 운동을 벌여 북한에 감귤 1만7천5백72t을 당근 6천t과 함께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초청 형식의 도민 방북이 이어지면서 '남북 교차관광'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남북 교차관광은 2000년 남북 정상의 6.15 공동선언 직후 합의, 그해 북측 관광단 1백10명의 제주 한라산 관광이 예정됐으나 이산가족 상봉 협의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관광단 제주 방문이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에 힘입어 교차관광 추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00년 9월부터 김용순 북한 노동당 대남 비서의 제주 방문과 남북 국방장관 회담, 3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잇따라 제주에서 열렸고 지난해 11월엔 북한 경제시찰단이 제주를 찾는 등 상황이 계속 무르익은 결과다.

우지사는 이번 방북 때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에 북한의 참가를 요청하는 고든 PATA회장의 초청장을 전달했다.

또 다음달 30일부터 3일간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제2회 제주평화포럼에 북한이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북측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회성 아닌 교류기구 상설화 필요=북측은 제주도민들의 방북 때마다 농수산업 분야 교류를 제의하고 있다.

비료 등의 추가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교류의 정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측의 기대만을 충족시키는 경제지원으로 끝날 우려가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성준(제주대 교수) 남북교류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 사무총장 등은 "북한과의 교류 활성화엔 현재의 남북교류협력 도민운동본부만으론 한계가 있어 제주도에 상설 조직을 마련하는 등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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