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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창와서 핵 정상국가, 동맹 이간, 제재 약화…일석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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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북아 부차관보.[중앙포토]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북아 부차관보.[중앙포토]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포함한 평창 올림픽 참가를 통해 한ㆍ미 동맹의 대북정책 이견을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국 전직 고위 관리가 지적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8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과거 워싱턴과 한국은 대북정책의 격차를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 냈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동맹의 차이가 과거 어느때 보다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북한의 한국의 대북 개입, #트럼프 최대한 압박 정책 사이 모순 이용 성공"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평양이 김여정과 김영남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파견한 것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의 열망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올림픽을 발판으로 삼아 남북대화를 확대해 남북 화해와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열망하지만 북한의 목적은 남한의 비전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평창 참가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를 아래와 같은 네 가지로 분석했다.

① 먼저, 북한이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되풀이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계속해서 매달리게 함으로써 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②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국제 제재와 미국ㆍ한국 등의 단독 제재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체제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여정,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평창올림픽 파견 등을 통해 한국 정부가 거듭 현행 제재의 예외를 인정하도록 강요하면서다.
③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의 차이와 이견을 두드러지게 부각시켜 한ㆍ미 동맹을 이간시키고, ④ 북한의 한반도 통일 담론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을 진전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은 한ㆍ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북남 연대’와 ‘범민족주의’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지금까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둘러싼 전개를 보면 북한은 네 개의 전선 모두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특히 안보리 국제 제재나 미국의 단독 제재 대상인 북한 관리(김여정ㆍ최휘)들을 만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이때문에 북한이 (제재 대상이 아닌) 김영남을 개막식에 파견한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펜스 부통령과 북측과 우연한 조우가 이뤄진다면, 북한 대표단 가운데에서 김영남이 가장 유력한 인사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한ㆍ미 동맹 사이 대북정책의 모순을 문재인 정부의 대담한 개입정책과 트럼프 정부의 최대한 압박 정책의 충돌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엄격한 대북제재 체제를 고수하면서 과감한 대북 개입정책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고, 반면 미국은 동맹 한국이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는 동안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해서 극적으로 증가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 같은 모순을 간파해 열심히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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