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업 다각화한 여수 '남해화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전남 여수산업단지 동쪽 끝자락의 광양만 50만평 대지에 자리한 남해화학㈜.

국내 최대 비료 제조업체의 위용을 뽐내듯 60m 이상 하늘 높이 치솟은 원형 탑들이 멀리서도 시선을 끈다. 병풍처럼 둘러선 제석산 바로 아래 나란히 서있는 2개의 기둥이 요소 알갱이를 만드는 요소 제립탑(製粒塔)인데 지난해 2월 가동을 멈췄다.

지난 3월 부임해 회사 변신을 주도해 온 장경택(56.張京澤)사장은 이 제립탑을 가리키며 "회사가 급격히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징처럼 드러내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요소 제립탑을 중심으로 한 암모니아.요소.멜라민.그래뉼 요소 공장에서 연간 매출의 27%인 1천7백28억원어치의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수입가가 제조원가를 밑돌면서 6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4백19억원)를 냈다.

회사가 어렵자 노사가 뭉쳤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파업을 했던 노조는 올해는 분규보다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꿨다. 그러자 회사도 노조와 합의해 큰 폭의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물류수송.기술영업.석유수입판매업 등이 새 사업이다.

◇노사 화합=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직원 7백여명 중 1백30명이 회사를 떠난 데다 적자를 내자 임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張사장은 부임 직후 전 직원과 대화를 시도했다. 일과 이후 부서별로 임직원들을 사택으로 초대해 소주 파티를 벌였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국내시장의 비료값 인상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출에서 살 길을 찾자는 것이었다. 이런 방침을 정하는 거의 모든 회의에 노조위원장을 참석케 했다.

투명경영을 실천한 셈이다. 이대길(46)노조위원장은 "노사가 수시로 대화해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노사 안정이 돼야 회사의 경영혁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張사장은 영업 마인드를 불어넣는 데도 관심을 쏟았다. 실적이 부진한 영업소장들을 문책 인사해 대리점 1백5곳 중 10곳의 소장을 교체했다.

張사장은 "물건을 사러 오면 내주는 식의 국영기업체 타성을 벗어던지고 세일즈 정신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농협이 정부지분 45%를 사들여 민영화된 1998년까지는 국영기업체였다.

◇사업 다각화=요소 제립탑 등 6개 공장 설비는 해외에 내다 팔든지 아니면 해외 이전 후 합작투자 사업을 할 계획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회사 등과 협상 중이다. 이르면 연말께 매각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비료 부문의 사업축소 작업도 한창이다. 비료사업 관련 4개 팀을 없애는 대신 30여명으로 구성된 ▶물류수송▶기술영업▶신사업▶시장개척 4개 팀을 신설했다. 이들 사업부문의 올해 수익 목표는 40억원이다.

요즘 제품 출하장에는 운송을 대행해온 대한통운 차량 이외에 소속이 다른 화물차량 20여대가 눈에 띈다. 이 회사 비료제품의 육상 운송을 일부 스스로 하는 등 물류수송 사업에 직접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장차 농협 관계사의 제품을 운송할 계획이다. 2005년께부터 농협에서 운송물량을 대량 수주해 연간 2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상 나오는 증기(스팀)를 팔기도 한다. 지난 7월 금강고려화학과 스팀 공급계약을 해 여수공장 비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팀을 인근 금강고려화학 공장에 배관을 통해 하루 5백50t가량 공급하고 있다. 남해화학은 이를 통해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금강고려화학도 10억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부두 안전검사와 보수.포장 등 그동안 축적한 기술를 활용해 서비스 용역에 나서는가 하면 올해 안에 석유류 수입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다. 석유의 연간 매출 규모는 국내 유류시장의 0.1% 정도인 3백5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밖에 빈 땅을 활용한 액체화물터미널 사업 등도 검토 중이다. 이 회사의 올 매출 목표액은 4천5백억원(수익 1백13억원)으로 이 중 비료와 황산.인산 등 화학제품 수출액이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수=천창환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