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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런 중국군 개혁 진행중…신형 미래전 준비에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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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사진 가운데)이 중국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AP]

지난해 7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사진 가운데)이 중국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AP]

중국군의 전면적인 개혁이 진행중이다. 2015년에는 병력 30만 명 감축(9월)을 선언하더니 말일(12월 31일)에는 육군 지휘기구, 로켓군(火箭軍), 그리고 전략지원부대에 군기를 수여함으로써 부대를 창설하였다. 2016년에는 새해 벽두(1월 11일)부터 ‘4총부’(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를 폐지하고 중앙군사위원회(이하 ‘군위’)내에 15개 기능부서(‘職能部門’)을 설치한다고 발표하였다. 2월 1일에는 7개 군구(MR)를 5개 전구로 개편하였다. 이후에도 수 많은 조직ㆍ인사 조정이 있었는데, 특히 2017년 4월에는 18개 집단군(GA; 군단급)을 13개로 개편하고, 부대 번호를 일괄적으로 71-83으로 변경하였다.

부대번호 바꾸며 전면적 개혁 박차 #미래전쟁 승패 결정할 정보전 준비 #아시아 전 지역 작전 가능한 능력 #사이버전 대만 노리고 심리전 강화

군복 차림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각반을 착용한 채 중앙군사위 직속 기구인 연합작전지휘센터를 방문해 간부들과 만났다. 시 주석은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총지휘'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시 주석의 이날 행보는 지난해 말 직접 창설한 연합작전지휘센터의 수장임을 공개한 것이다.  사진제공=해방군보 웨이보 캡처]

군복 차림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각반을 착용한 채 중앙군사위 직속 기구인 연합작전지휘센터를 방문해 간부들과 만났다. 시 주석은 '중앙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총지휘'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시 주석의 이날 행보는 지난해 말 직접 창설한 연합작전지휘센터의 수장임을 공개한 것이다. 사진제공=해방군보 웨이보 캡처]

중국의 군 개혁은 매우 복잡한 과정인데,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개혁의 규모나 파급 효과에 비해 공식 발표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외국의 중국군 연구자는 “(군)내부에는 홍수가 났는데, 대외적으로는 수돗물이 똑똑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자조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중국군의 변화에 대해 『중앙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에서는 이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전략지원부대와 같이 신설된 ‘신형’ 조직은 그 구조, 지휘부, 그리고 임무에 있어 상당 부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아래에서는 이 주제와 관련된 중국의 관영/비관영 언론, 미국과 대만의 자료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분석하였다. 다만,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조직이고 그 실체가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구조와 임무는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전략지원부대의 핵심 임무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정보전’(信息戰) 준비다. 그리고 동 부대의 창설을 위해 기존의 수 많은 조직으로부터 기능과 임무를 이전받았다. 중국의 당ㆍ군 지도부가 정보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1년 걸프전인데, 이 전쟁을 통해 상반되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하나는 현대전 수행에 있어 정보화의 중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나 서방 군사 선진국과 같은 정보 및 기술 의존적 군대는 약점을 찾아 공격해야 한다는 소위 ‘비대칭 전략’ 논리이다. 이후 중국군 전략도 ‘정보화 조건 하 국부 전쟁’에서 ‘정보화 국부 전쟁’에 이르고 있다.

전략지원부대 [중앙포토]

전략지원부대 [중앙포토]

전략지원부대의 임무 및 역할은 그 조직 구조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주, 사이버/네트워크(網絡), 전자(電子)/전자(電磁), 그리고 심리전 준비 및 수행이다. 동 부대는 중국군 조직 구성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4개 부처가 생성되게 된다. 이는 해당 부처의 장(長)이 갖고 있는 등급(‘級別’)에 따라 상ㆍ하급 및 동급 기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31일 창설된 전략지원부대의 초대 사령원은 가오진(高津)이다. 가오진은 정전구급(正戰區級) 상장으로 오랜 기간 제2포병에서 복무하였고, 군사과학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현 군 개혁을 다년간 계획한 군사과학원의 장을 지냈기 때문에 가오 상장은 전략지원부대 사령원의 적임자로 알려져 있다. 동 부대의 정치위원은 류푸롄(劉福連)이었으나, 2017년 3월 정웨이핑(鄭衛平)으로 교체되었다. 정웨이핑은 가오진과 같은 등급, 같은 계급을 갖고 동부전구 정치위원을 지낸 바 있다. 전략지원부대에는 ▶참모부 ▶정치공작부 ▶후근(군수지원)부 ▶장비부 등 하부조직이 있다.

개혁 전후 중국군의 구조. 중국 해군 신형 잠수함 취역 현황. [출처: 유동원, ’중국 군체제 개혁 연구: 추진경과, 내용 평가 및 영향“]

개혁 전후 중국군의 구조. 중국 해군 신형 잠수함 취역 현황. [출처: 유동원, ’중국 군체제 개혁 연구: 추진경과, 내용 평가 및 영향“]

전략지원부대의 고유 업무를 보여 주는 부처는 ▶우주(航天; 항천)계통부(SSD) ▶네트워크(網絡; 망락)계통부(NSD; 사이버/네트워크, 전자전, 심리전 등) 등이다. 전략지원부대 우주계통부(SSD)는 우주 임무를 맡고 있는 수 많은 단위가 이관되어 설립되었는데, 특히 구 총장비부와 총참모부의 우주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동시에 다양한 정부 기관의 유관 업무도 이관받았다. 그러다 보니 임무 또한 방대한데, 우주(선) 발사 및 지원, 우주 원격 측정, 추적 및 통제(TT&C), 우주 정보 지원, 우주 공격 및 우주 방어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유인 우주 계획은 포함되지 않는데, 이는 군위 장비발전부 관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계통부는 4개 위성발사센터(주취안, 타이위안, 시창, 원창)와 지원ㆍ통제 시설(TT&C)을 운영한다. 이는 우주 기반 C4ISR(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및 정찰) 자산을 구축하기 위함인데 육ㆍ해ㆍ공군과 로켓군 그리고 5개 전구에 대해 전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포석이다. 예를 들어, 중국군이 이와 같은 전략 자산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될 경우 기존의 국지전(局部戰爭)의 범위를 벗어나 아시아 전역과 타지역에까지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게 된다. 이는 현 시진핑 체제가 요구하는 군의 임무 확대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참고로 2016년 중반까지 확인된 중국의 위성 수는 181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 또는 도입을 확정한 중국제 DF-21 미사일. 1700km 범위 지상목표물, 군함을 마하10의 극고속으로 타격해 미군의 중국 진입을 견제한다. [중앙포토]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 또는 도입을 확정한 중국제 DF-21 미사일. 1700km 범위 지상목표물, 군함을 마하10의 극고속으로 타격해 미군의 중국 진입을 견제한다. [중앙포토]

네트워크계통부 또한 방대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중국에서는 ‘사이버’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왕뤄’(網絡)라고 표기하는데 이는 ‘네트워크이다. 같은 방식으로 ’사이버 공간‘은 ’網絡空間‘으로 표기한다. 네트워크계통부의 경우는 구 총참모부의 3부(’기술 정찰‘, 시그널 정보[情報; intelligence], 컴퓨터 네트워크 작전 등)와 4부(전자전 및 전자대항[對抗; ECM], 위성 통신 및 GPS 교란 등)의 기능을 흡수하였다. 이외에도 중국의 정치전/심리전을 담당한 구 총정치부 연락부의 경우보다 전략적인 사안은 군위 정치공작부 그리고 작전상의 이슈는 전략지원부대 네트워크계통부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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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311기지와 같은 대(對)대만 정치ㆍ심리전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작년 사드(THAAD) 배치와 관련 국내 배치 반대 시위를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또한 같은 주장을 하는 일부 학자의 글을 『인민일보』에 게재하는 행위는 모두 정치ㆍ심리전의 일환이다.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해함대 소속 지난함·빈저우함·닝보함 편대가 지난주 동중국해 모 해역에서 가상의 적 함대를 상대로 공군 조기경보기, 전투기 등과 연합 실전훈련을 실시했다. [중국해군망]

중국 인민해방군 동해함대 소속 지난함·빈저우함·닝보함 편대가 지난주 동중국해 모 해역에서 가상의 적 함대를 상대로 공군 조기경보기, 전투기 등과 연합 실전훈련을 실시했다. [중국해군망]

일부 국내외 보도와는 달리, 우주계통부와 네트워크계통부간의 다양한 업무(예, 우주, 사이버, 전자, 심리)는 분리하여 운용하기 보다는 통합 운용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예는 군위 연합참모부내에 ‘연합네트워크전자국(聯參網絡電子局)과 연합정보통신국(聯參信息通信局)이 신설된 점이다. 다른 예는 중국군 조직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일체화(’一體化‘) 노력이다. 네트워크계통부의 경우도 ’네트워크전-전자전의 일체화‘(網電一體) 그리고 전군의 전략적 임무와 전구 작전에 필요한 ’일체화된 지휘 플랫홈‘(一體化指揮平台)이다.

중국의 폭격기 H-6 [중앙포토]

중국의 폭격기 H-6 [중앙포토]

중국의 당ㆍ군 지도부는 전략지원부대의 우주, 사이버/네트워크, 전자, 심리전 능력을 통해 얻은 전략 자산으로 중국군이 중국의 영토와 해안에서 더 먼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이 같은 미래전 능력이 축적되면 전시, 즉 전쟁 발발 직전 혹은 직후 압도적인 정보 자산을 동원하여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KADIZ) 침범 그리고 한반도 인근 해역에 중국 잠수함의 출몰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대만도 겪고 있는 현상이다. 그 이면에는 전략지원부대와 같이 전략 및 작전 정보를 비축하는 부대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미래전 전력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한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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