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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탄 만경봉호, 황천 뚫고 묵호항 이동중 "배멀미 고생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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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황천' 뚫고 묵호항으로....예술단, 너울성 파도 심해 멀미 예상

 평창 겨울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한국에 오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단장 현송월)이 승선한 만경봉 92호가 6일 오전 9시 50분 동해 해상분계선(NLL)을 넘어 묵호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밝혔다.

 당국자는 “동해상의 높은 파도로 인해 연안 가까운 해상으로 이동 중”이라며 “시속 8~13노트(15~24㎞)로 약 6시간가량 이동해 (6일)오후 5시쯤 묵호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는 남측 해양경찰 함정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 중이다. 공연에 참가하는 예술인 114명과 지원인력으로 구성된 이들은 전날 평양을 떠나 기차로 원산에 도착한 뒤, 이날 새벽 원산항을 출발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권혁봉 문화성 국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5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권혁봉 문화성 국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5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동해상의 파고는 2~4m로 여객선이 운항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조건이다. 정부 당국자는 “해군과 해경은 파도의 높이에 따라 운항할 수 있는 함정의 등급(황천ㆍ荒天)을 정하고 있다”며 “오늘(6일) 정도의 파고라면 1000t 이상의 함정을 운영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700t급인 만경봉호가 운항하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때때로 높은 파도뿐만 아니라 동해의 너울성 파도로 인해 요동이 심할 것”이라며 “승선해 있는 예술단원들이 멀미로 고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경이 만경봉 92의 항로를 연안 근처로 잡은 이유다.

평창 겨울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방남하는 삼지연관혁악단을 북한 노동당과 문화성 관계자들이 5일 평양역에서 배웅하고 있다. 아래서 두번째 여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사진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방남하는 삼지연관혁악단을 북한 노동당과 문화성 관계자들이 5일 평양역에서 배웅하고 있다. 아래서 두번째 여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사진 연합뉴스]

 세계기상기구(WMO)도 파도 높이에 따라 선박의 운항 환경을 0~10단계까지 등급을 정하고 있는데, 이날 동해상과 유사한 2.5~4m의 파고는 6단계인 ‘거친 상황’(rough)에 해당한다. 9700t급인 만경봉-92호가 운항하는 데 안정상 지장은 없지만, 예술단원들에겐 고생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원산에서 묵호항까지는 뱃길로 250㎞ 안팎이다. 만경봉호의 평균 시속이 2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전날 열차로 평양에서 원산까지 6시간 가까이 이동한 뒤 또 12시간여를 거친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이 '황천'을 뚫고 묵호항으로 향하는 셈이다.

 이들은 묵호항에 도착해서도 흔들리는 배 위에서 숙식해야 한다. 그래서 멀미와 피로로 인해 8일과 11일 각각 예정된 강원 강릉과 서울에서의 공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북측 응원단을 안내했던 전직 당국자는 “응원단 중 상당수가 멀미로 고생했다”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만경봉 92호의 대북 제재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면서 운항을 했지만, 제재 논란과 함께 컨디션 난조까지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경의선 육로로 강릉까지 이동하려면 출입사무소에서 남측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기차로 다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피로도는 훨씬 적은데도 북측이 만경봉92호의 운항을 요구해 수용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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