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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주말에도 학원'…학원 휴일 휴무로 해결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대치동 학원가 풍경. 휴일에도 학원을 찾는 학생들의 과잉 학습을 막기 위해 '학원휴일휴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대치동 학원가 풍경. 휴일에도 학원을 찾는 학생들의 과잉 학습을 막기 위해 '학원휴일휴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토·일요일까지 학원을 다니는 무한경쟁의 쳇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학원휴일휴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등이 정부에 학원의 휴일 휴무를 요구하는 가운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학원휴일휴무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중앙 정부 차원에서 긍정적인 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나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용어사전학원휴일휴무제

학원이 공휴일에 반드시 휴무하도록 하는 제도. 시민단체 연합체인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이 청소년의 과도한 학습을 막고 건강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학원법에 영업일을 규제하고 있지 않으므로 '공휴일에 휴무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단체마다 여론조사 결과도 제각각 

학원휴일휴무제는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본격적인 이슈로 불거지면서 시민단체와 학원측의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양측은 저마다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고 있는데, 결과는 정반대다.

시민단체 연합체인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은 학원휴일휴무제의 찬성이 66.7%, 반대가 13.9%로 조사됐다며 의견 유보를 제외하면 83%대 17%로 찬성이 5배 가까이 많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회가 2017년 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통해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서울시의회: 19세 이상 성인 1000명 조사.(답변유보 제외한 비율), 한국학원총연합회:초중고 학부모 1443명 조사.

※서울시의회: 19세 이상 성인 1000명 조사.(답변유보 제외한 비율), 한국학원총연합회:초중고 학부모 1443명 조사.

반면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초중고 학부모 1443명을 조사한 결과, 찬성이 13.4%에 그친 반면 반대가 86.5%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학생 1073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반대가 84.2%로 압도적이었다. 조사 주체와 방식에 따라 결과가 제각각인 셈이다.

제도 효과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학원측은 휴일 강제휴무를 도입하면 오히려 개인과외 등 음성적인 사교육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주장한다. 실제로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학원 심야영업을 규제하면서 개인과외 교습자가 2010년 8만939명에서 2016년 11만7283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박표진 한국학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전두환 정권의 과외금지조치에서도 그랬듯이 부유층은 학원이 없어도 과외를 통해 사교육 혜택을 받지만 중산층 이하는 학원의 보완학습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개인과외 교습자 증가는 방문학습 시장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일뿐"이라고 말했다. 구 국장은 "학원 대신 과외로 바꾸는 학생은 최상위권 일부일 뿐, 대다수 학생이 과도한 학습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연합체인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부에 '학원휴일휴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시민단체 연합체인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부에 '학원휴일휴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원휴일휴무제가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학원측은 이 제도가 학원 운영자의 '직업 수행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하고 학생, 학부모의 교육권(헌법 제10조, 제36조)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도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청소년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위해 기본권의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청소년 심야 게임 셧다운제나 대형마트 의무 휴일과 같은 조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56만원 주말반 대신 150만원 과외할 것"

학생·학부모들의 의견도 갈린다. 서울의 한 일반고 2학년인 김모(16·서울 구로구)양은 평일에는 수시모집을 대비하기 위해 내신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수능 대비를 위해 학원 주말반을 다닌다. 김양은 "학원휴일휴무제가 도입되면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과외를 시켜달라고 할것 같다. 지금은 국영수 3과목에 월 56만원이 드는데, 과외로 바꾸면 150만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고2 학부모 진모(44·서울 서대문구)씨는 "평일엔 시간이 부족해 주말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데, 학원이 없다면 과외라도 빡세게 돌린다는 게 엄마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좋은 대학 가고싶은 마음은 똑같다. 사교육비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장 10일을 쉴 수 있었던 지난해 추석 '황금연휴'에도 학원가에서는 단기 특강이 이뤄졌다. 연휴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홈페이지 캡처]

최장 10일을 쉴 수 있었던 지난해 추석 '황금연휴'에도 학원가에서는 단기 특강이 이뤄졌다. 연휴 단기 특강을 광고하는 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홈페이지 캡처]

반면 학원휴일휴무제 찬성 학부모들은 주말에 쉬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3 학부모 남형은(44·서울 은평구)씨는 "주말이면 엄마들이 은평구에서 대치동 학원까지 아이를 실어 나른다. 앞자리에 앉겠다고 아침 7시부터 서두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부모도, 아이도 힘들지만 남들이 하는데 뒤떨어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이걸 개인의 선택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며 휴일 휴무제를 찬성했다.

고2 학부모인 백선숙(51)씨는 "주말에 학원을 가는 아이들이 주중이라고 쉬겠느냐. 휴무제가 있어야 주말은 쉬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저하는 정치권…학원 눈치보기?

김상곤 부총리가 학원휴일휴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민단체가 지난해부터 강하게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관련 법안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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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시민단체 압박을 받고 있지만 주도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없다.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은 지난해 12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학원휴일휴무제 도입을 추진하라"며 "답변이 없을 경우 교육감 선거에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조 교육감은 "학원 일요일 휴무제가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냈지만 "학원 휴강일을 정하는 것은 교육감 권한 밖이다. 정부와 국회가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직접 개입을 피했다.

이는 정치권의 여론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학원측 표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휴무제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나서는 정치인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학원은 전국 8만4478개, 학원 관련 종사자는 10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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