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비에 이성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4·26 총 선의 투표일도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종반에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는 선거분위기가 마지막 남은 이 2, 3일간에 더 악화되지나 않을는지 걱정스럽다.
영암·안동 등에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벌어진데 이어 선거불상사는 꼬리를 물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서울 용 산에서는 후보사무실에 화염병을 던져 집기가 불타는 사건이 났고 제천서는 폭발물이 터졌으며, 대구와 창원에서는 후보사무실과 후보 집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그뿐 아니다. 각 정당이 다투어 발표하는 흑색선전 사례, 부정선거운동 사례 등을 보면 폭력, 금품살포, 매터도, 공무원개입, 궤계 등 이 전국 도처에서 난무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런 일들이 투표일을 2, 3일 앞두고 격증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으레 투표일이 다가오면 각 정당과 후보들은「종반 3일 작전」이니「D-3일 작전」이니 하는 이름으로 총력을 기울여 마지막 총공세를 펴게 마련이다. 바로 이 기간이 가장 위험한 고비다. 후보들과 운동원들이 이성을 잃고 법도 체면도 개의치 않고 있는 수단, 없는 수단을 모조리 동원하는 것이 이 때다. 따라서 부정·타락이 가장 대량으로 저질러지고 폭력, 흑색선전이 가장 악랄하게 쏟아질 우려가 높은 기간이 되는 셈이다.
이번에는 이런 타락, 범법운동이 과거보다 더 대량으로, 대형으로 전개될 우려 스런 분위기가 아닌가 한다. 만약 이런 것이 대규모로 저질러질 경우 4·26 총선은 민주화시대의 첫 선거라는 그 역사적 의의와는 달리 타락, 부정선거였다는 결정적 오명으로 규정지어 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그 선거 결과로 구성될 새 국회와 새 정계의 정당성과 도덕성 역시 여지없이 손상돼 앞으로의 정치불안과 정치불신까지도 염려하게 될 두려운 결과가 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막바지의 이 시점에서 후보와 운동원들의 자제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당부한다.
더 이상 당부하고 호소할 기회도 이젠 없다. 끝까지 이성과 냉 정을 잃지 말고 자식과 친구와 조상에게 부끄럽지 않게 마지막 선전을 하라는 것이다. 기왕 저질러진 부정과 타락은 이제 와 어떻게 할 도리도 없지만 더 이상 부정과 타락을 가중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그 동안 눈에 불을 켜고 사력을 다해 뛰어온 후보나 운동원들은 마지막 골인지점을 눈앞에 두고 무슨 비합리적 수단을 쓰더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충동과 유혹을 강렬하게 받을 것이다. 필요한대로 돈이든 주먹이든 닥치는 대로 쓰고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서 자제하고 냉 정을 유지해야 한다. 각종 비합리적 수단의 득표효과도 따져 봐야 하고 그것이 불러올 상대방의 대응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 후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칫 재산과 명예와 체면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선거 후 참담한 신세로 떨어질 우려가 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당국도 이제 발벗고 나서야 한다. 지금껏 탈법과 불법이 횡행하는데도 소극적 대응만 해 오던 자세를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
특히 예상되는 대량 물량공세, 현금박치기 따위를 중점적으로 막아야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용이 그나마 유지되고 그래야만 앞으로 최소한의 정국안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