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아이스하키 평가전서 ‘독도 그려진 한반도기’ 걸린 이유

중앙일보

입력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 시작에 앞서 한반도기가 걸려 있다. 이 한반도기엔 독도가 그려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 시작에 앞서 한반도기가 걸려 있다. 이 한반도기엔 독도가 그려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평창 올림픽 공식 행사가 아닌 민간 주관의 응원에는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靑, ‘독도 그려진 한반도기’ #개막식 등 공식 행사 빼고는 사용하기로 #“日 반발할 듯” # #女아이스하키 평가전 가보니, #게양된 한반도기에는 독도 새겨져 있어

이러한 방침으로 남북 선수단은 오는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등 공식 행사에서는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들지만, 관중은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를 흔들 수 있게 돼 독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5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회식 등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공식 행사에선 한반도와 제주도만 들어간 한반도기를 쓰지만 남북 응원단이나 민간단체 행사에선 울릉도와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를 사용해도 좋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과 평가전에 사용된 ‘독도 그려진 한반도기’.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과 평가전에 사용된 ‘독도 그려진 한반도기’. [연합뉴스]

정부와 대표팀 관계자는 4일 열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 평가전의 하루 전인 3일 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평가전의 대회기로 게양된 한반도기를 살펴보면 독도가 분명하게 새겨져 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복에는 종전 결정대로 독도 표시가 빠져있다. 하지만 훈련복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새겨졌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친선 평가전을 벌였다. 한반도기가 걸려있는 경기장에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입장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친선 평가전을 벌였다. 한반도기가 걸려있는 경기장에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입장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올림픽 기간 중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조직위는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할 때 기수가 들고나올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빠져있다”라며 “이는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렸던 남북합의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라며 “실측하면 울릉도는 물론 독도도 한반도기에서 보일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독도를 보이게 하는 것 자체를 IOC는 정치적인 행위로 인식해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 이순신 장군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올림픽에 출전하려 했지만 국제 올림픽위원회(IOC)는 이를 불허했다. 달튼은 마스크를 고쳐쓰고 올림픽에 나가기로 했다. [연합뉴스]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 이순신 장군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올림픽에 출전하려 했지만 국제 올림픽위원회(IOC)는 이를 불허했다. 달튼은 마스크를 고쳐쓰고 올림픽에 나가기로 했다. [연합뉴스]

한편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수문장 맷 달튼(32ㆍ한국명 한라성)은 충무공 이순신상이 그려진 헬멧을 쓰지 못하게 됐다. 그는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으로 한국을 대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충무공 이순신상으로 표현해 마스크와 장비에 새겼다. 그러나 IOC가 마스크의 이순신 장군 그림이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판단해 장비 사용을 불허했다. 이후 달튼은 “IOC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규정이 그렇다면 고쳐서 쓰겠지만,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애써 제작한 마스크를 교체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그림 위에 테이프를 붙이는 식으로 가리고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