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수학] 바흐 음악에 흐르는 '1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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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도도솔솔 라라솔'로 시작되는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별~'은 가장 유명한 변주곡 중의 하나다. 기본 멜로디가 계속 변형되면서 곡의 저변에 깔려 있다.

비단 변주곡뿐 아니라 대부분의 음악 작품에서 기본이 되는 멜로디는 그대로, 혹은 변형되어 곡 전체를 흐른다. 수학에 대한 여러 정의 중 하나는 '변화를 통해 불변으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연구'인데, 이런 점에서 수학과 음악 사이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음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기보법은 10세기 귀도 다레초가 발명해냈다. 반면 데카르트는 17세기에 x축과 y축으로 이루어진 좌표평면을 생각해냈다.

기보법에서는 여러 개의 음표를 x축을 따라 배열하고, 오선에서의 위치에 의해, 즉 y축에서의 높이에 의해 음의 높낮이를 표현한다. 따라서 기보법과 좌표평면은 일면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수학의 한 분야인 미적분학과 컴퓨터 음악도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 컴퓨터 음악에서는 전자음을 무한히 세분화하는 아날리시스(analysis)와 그 세분된 요소를 다시 종합하는 신테시스(synthesis)가 중요한 수단이 되는데, 이는 각각 수학의 미분.적분과 매우 흡사한 개념이다.

'서양 음악의 아버지' 독일의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14라는 수에 굉장히 집착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특이하다. 바흐(BACH)의 각 알파벳에 대응되는 수를 더하면 2(B)+1(A)+3(C)+8(H) =14 가 된다.

이에 더해 이름의 첫 자를 딴 J. S. Bach의 알파벳에 대응되는 수를 더하면 9(라틴어에는 J가 없기 때문에 J 대신 I)+18(S)+14(BACH)=41이 되는데 이는 14를 거꾸로 적은 수다.

숫자 14에 대한 바흐의 집착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 바흐는 1747년 음악협회에 가입했는데, 처음 가입하고자 했던 해보다 약 2년이나 뒤의 일이었다. 이유인 즉 협회의 14번째 회원이 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14와 더불어 바흐를 사로잡은 수는 84다. 84는 바흐가 아끼는 수 14에 천지창조의 기간인 6을 곱한 수로 바흐 작품 중 상당 수는 84마디로 되어 있다. 바흐는 때로 작품의 마지막에 84라는 친필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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