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선택밖에 없나-노사분규와 폐업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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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사분규가 대기업 사업장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점차 전 업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는 심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어차피 치러야 할 홍역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분규의 양상이 특유하고 장기화의 조짐도 있다.
지난해 과격분규 때와는 달리 올해 분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성숙된 노사관계라고 안도하는 사람도 있다. 형식적으로 법을 지키는 그 자세를 과소평가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임금협상이든, 단체협약 체결이든 간에 진정 열과 성의를 다하고 진지한 태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노사분규가 발생한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렇지 않다.
근로자 측은 일방적인 주장을 내놓고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협상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들은 사용자대로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무성의와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현 단계에서 노사분규를 조기수습 하려는 성의가 노사쌍방에 모두 부족한 것도 노사분규를 장기화시킬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빨리 끝장본다는 식으로 콘티넨탈식품의 경우처럼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다.
아무리 노사합의로 했다고 해도 폐업의 길을 택한 것은 과연 올바른 방향이었는가. 콘티넨탈식품은 5년 간 적자회사였다. 근로자 측은 올해 임금을 37% 올려주도록 요구했고 사용자 측은 20%를 주장, 안 결이 안 돼 6개월 치 임금을 근로자 측이 요구하는 수준에서 지급하는 조건으로 폐업을 하기로 했다.
1천여 명의 근로자는 몇 푼 목돈 쥐고 직장을 잃게 되었다. 사용자 측은 20%를 올려주겠다더니 끝내 손쉬운 폐업으로 하나의 기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노사쌍방 모두 극단을 택하고 말았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합의로 폐업의 길을 택할 기업이 또 안나온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정부의 노사분규에 대한 기본입장은 부 개입주의로 알려져 있다. 노사분규를 자율해결의 원칙에 맡기지 않으면 원점회귀의 가능성을 우려하여 대기업이 쓰러지는 경우에도 선의의 조정자 역할이상의 선은 안 넘겠다는 자세인 것 같다.
이런 정책 속에서 잘못 유도된 폐업이 성행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정부가 노·사·정 합동조사 위를 설치, 분규원인 규명과 함께 조정기능을 강화키로 한 것은 일단 수긍이 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사분규의 조기타결에도 도움이 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지 않도록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분규에 휩싸인 기업 중에는 적자기업이 많고 이 적자기업들이 어물쩡 임금문제를 타결하고 누적된 빚 감당을 못해 쓰러지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또 국민들이 부담하여 기업을 지원할 것인가.
정부는 이 시점에서 정책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래서 노사 어느 측도 그런 인식을 토대로 협상자세를 다시 가다듬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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