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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안전해진다] ③“안전 취약지대 일상 곳곳에 있다” 분야별 전문가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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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지진, 영흥도 낚싯배 사고, 제천 스포츠센터ㆍ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까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재난과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이들 사고의 양태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라해도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난 전문가들은 “평소 철저한 대비와 안전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고에서 보듯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위험요소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경고한다.

①화재=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드러났듯 있는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하면서 안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것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건물의 목적과 크기에 따라 적합한 방화 구획을 제정하도록 돼 있음에도 현장에선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방화문을 그냥 열어두거나 임의로 유리문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화재가 전층으로 바로 확산돼 피해를 키운다”고 말했다. 산불의 주요 원인인 쓰레기 소각도 문제다. 이성호 산림청 산불방지과 주무관은 “농촌 지역에서는 농사뿐 아니라 생활쓰레기도 많이 태운다”면서 “수거를 더 자주 구석구석 한다면 생활쓰레기 소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교통=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를 몰던 김모씨의 졸음운전으로 18명의 사상자(2명 사망)가 났다. 이후 정부는 졸음운전 경고장치 장착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크고 작은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다양해 단기적인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면서 “고령화로 인해 노인보호구역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하고, 자전거 인구가 늘고 있지만 자전거 도로 정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졸음운전 대책에 대해선 “규제만으로 풀기 어렵고 운수업체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③건설현장=지난해 12월 서울 강서구에서는 크레인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업체 측은 구청에 신고ㆍ심의받은 일반압쇄공법이 아닌 장비양중공법으로 공법을 변경해 철거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종일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에서는 안전 난간 설치나 안전보건관리자 미선임 등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건설업의 하도급 문제와 긴 노동시간, 위험의 외주화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시 사회적 책임을 지우고 실질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④항공ㆍ선박사고=항공이나 선박사고는 다른 분야보다 큰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안전을 매몰비용으로 치부하는 경제논리가 지배적이다. 김천용 세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용객이 늘고 있지만 정비 인력은 부족하다”면서 “국토교통부는 1대당 12명의 정비사를 두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미준수하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선주와 근로자들의 관계가 경제논리로 잠식된 고용구조로 재편됐다”면서 “비정규직이 많고 업체를 통해 고용하다보니 안전의식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⑤화학물질 누출=지난 25일 포항제철소에서는 산소공장에서 작업 중 누출된 질소가스에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산업현장에서 화학물질 누출은 심심찮게 발생하는 사고다. 현재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일과공간 기획국장은 “화학물질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장을 책임자로 하는 화학물질관리위원회가 만들어진 점은 긍적적”이라면서도 “일반 주민들이 주변 사업장이 어떤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그것이 어떤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누출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전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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