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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몸값이 200조원! 이게 가능한 얘기야?

중앙일보

입력

샤오미가 올해 홍콩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시가 총액을 20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 중국 왕이신문(网易新闻) 2018년 1월 8일 보도

샤오미의 홍콩 증시 상장 이슈가 중국 IT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샤오미의 상장 소식은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샤오미 내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올해 안에 상장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논란은 2000억 달러라는 숫자다. 이는 2017년 12월 기준 코카콜라의 시가총액(1945억 달러)보다 높은 금액이다. 지난해 샤오미의 연간 매출은 약 150억 달러(약 16조원)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로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중국 미디어들이 예상하는 샤오미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500억 달러(약 53조원)로 평가됐었다. 반년 만에 4배 가까이 뻥튀기 됐다.

샤오미 [사진: 셔터스톡]

샤오미 [사진: 셔터스톡]

이에 텐센트 뉴스는 샤오미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 "시가총액 2000억 달러는 내부적으로 고려된 적이 없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1000억 달러 정도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라고 해명했다. 물론 1000억 달러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세계적인 스포츠 웨어 기업 나이키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창업 7년 차인 샤오미의 시가총액 1000억 달러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1000억 달러? 일리 있네

1.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주가

2018년 1월 1일 기준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은 각각 4936억 달러(526조원, 홍콩 증시), 4416억 달러(471조원, 미국 나스닥)로 평가된다. 이는 전 세계 주식 시장을 통틀어 Top 10안에 드는 높은 몸값이다. 눈에 띄는 건 상승 속도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주가는 지난 2017년 한해 105.5%, 97.6% 올랐다. 1년 새 두 배가 된 셈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의 같은 기간 주가 상승폭(약 43%)을 크게 상회한다.

1월 1일 기준 전 세계 주요 기업 시가 총액 [자료: 미스터 캡]

1월 1일 기준 전 세계 주요 기업 시가 총액 [자료: 미스터 캡]

중국 IT기업들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상당 부분 고평가 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된 평가다. 일각에서는 거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2017년 3분기 텐센트의 매출은 약 652억 위안(약 10조 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약 66조원)의 6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가 총액은 160조원 이상 높다(한국 증시는 실제 경쟁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향이 크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높은 잠재력, 자국 기업으로 쏠리는 차이나 머니, 중국 전역에서 불고 있는 ICT 열풍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샤오미는 인지도와 브랜드 이미지만 놓고 보면 알리바바, 텐센트와 비교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레이쥔 회장이 이끄는 샤오미는 중국에서도 가장 충성 팬이 많은 IT 기업으로 꼽힌다. 샤오미의 매출, 수익률, 시장 점유율 등 '기초체력'이 글로벌 대형 IT 기업들의 수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들의 고평가 추세를 볼 때 시가 총액 1000억 달러가 나름 일리 있다는 주장이다.

2. 해외 시장

샤오미의 상장 얘기가 나온 건 지난해 3분기부터다.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던 샤오미의 매출이 드라마틱한 반등에 성공한 시점이다. 해외 시장, 그중에서도 인도에서의 성과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분기 샤오미는 인도 시장에서 전년대비 23.5% 증가한 92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웠다. 1위 삼성전자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도 1% 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샤오미는 이미 인도에서 두 곳의 자체 생산 공장을 가동 중에 있으며, 향후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샤오미의 인도 스마트폰 판매 홈페이지 [자료: Mi india]

샤오미의 인도 스마트폰 판매 홈페이지 [자료: Mi india]

샤오미의 주력 시장은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 그리고 최근 합세한 화웨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반면 중저가 시장은 현지의 중소 브랜드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 샤오미는 과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었던 '가성비' 전략으로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등 보급형 단말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샤오미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3. IoT(사물 인터넷) 왕국

샤오미는 더 이상 단순한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아니다. 2017년 말 기준 샤오미가 출시한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등 스마트 디바이스 종류는 200개가 넘는다. 여기에 안경, 볼펜, 캐리어 등 잡화까지 포함하면 거의 800여 종에 육박한다. 샤오미가 중국의 무인양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단순히 종류만 많은 게 아니다. 샤오미가 출시한 제품들은 높은 가성비와 깔끔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출시한 샤오미의 공기 청정기는 그해 200만 대 넘게 팔렸다. 중국 시장점유율 1위다. 2017년 말 기준 샤오미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에 등록된 디바이스의 숫자는 8500만 개에 달한다. 단일 플랫폼으로는 세계 최대다. 샤오미의 스마트 제품들의 기반 운영체제가 되는 미UI(이곳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들도 샤오미 매출의 일부를 차지한다)의 이용자 수도 3억 명을 넘어선 상태다.

샤오미의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샤오미즈자(小米之家) [사진: 이매진 차이나]

샤오미의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샤오미즈자(小米之家) [사진: 이매진 차이나]

"샤오미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샤오미즈자(小米之家)'의 1제곱 미터 당 하루 평균 매출은 26만 위안이다. 이는 애플 스토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샤오미즈자의 숫자는 5년대로 1000곳을 넘어설 전망이다" 샤오미 측의 설명이다.

샤오미는 매주 한 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비결은 잠재력이 높은 하드웨어 제조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이들의 제품에 샤오미 브랜드를 입혀 판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샤오미의 품에 들어온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숫자는 90개가 넘는다. 향후 이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나아가 증시 상장에까지 성공한다면 샤오미의 가치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1000억 달러? 말도 안 돼

1. 수익

2017년 마지막 거래일 기준, 중국의 대형 IT 업체들의 시가총액을 보자. 아시아 대장주 텐센트는 약 4900억 달러(홍콩증시), 알리바바는 4378억 달러(미국 뉴욕 증시), 바이두(百度, 검색엔진)는 809억 달러(미국 나스닥), 징둥(京东, 전자상거래)은 586억 달러(미국 나스닥)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샤오미가 1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면? 이는 텐센트의 1/5, 알리바바의 4/1, 1개의 바이두, 2개의 징둥에 해당한다.

샤오미의 2017년 영업이익은 약 10억 달러(약 1조 700억원)로 추정된다. 반면 바이두는 지난 2017년 3분기에만 13억 600만 위안의(약 1조 4000억원)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텐센트의 영업 이익은 34억 2700만(약 3조 7000억원)달러다. 샤오미는 1년을 걸려 버는 돈을 바이두는 1분기, 텐센트는 1달 만에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을 놓고 볼 때, 샤오미의 시가 총액은 잠재력을 인정하더라도 5~600백억 달러가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최대한 마진율을 줄여 '가성비'로 승부 하자는 게 지금까지 샤오미의 전략이었다. 중국의 유명 1인 미디어 뤄전위(罗振宇)에 따르면, 샤오미는 무선 스피커를 한대 팔 때마다 1위안(170원)을 번다. 다양한 상품군과 유통망 그리고 거대한 고정 팬층을 장악한 샤오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 이 같은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 가격 경쟁에 뛰어든다면 샤오미에게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2.핵심 기술이 없다

샤오미는 지난해 2월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서지(Surge) S1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샤오미는 지난 2014년 반도체 칩셋 개발 회사인 파인콘 일렉트로닉스를 설립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에 투자 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서지S1을 탑재한 보급형 스마트폰 미(MI) 5C를 공개, AP 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서지 S1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미 5C 이후 더 이상 출시되지 않고 있다. 샤오미의 AP 개발이 '기술력이 없다'라는 약점을 극복,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샤오미가 AP개발 투자한 자금은 10억 위안 정도로 애플, 삼성, 화웨이 등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비교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미(MI)5C [자료: 샤오미 홈페이지]

미(MI)5C [자료: 샤오미 홈페이지]

샤오미가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들 역시 핵심 기술의 대부분을 다른 업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샤오미가 글로벌 기업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적극적으로 넓혀가고 있음에도, '특허 소송'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또한 샤오미가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의 판매망, 사후 관리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자금력이나 네트워크 면에서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형욱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 상무관은 "많은 사람들이 샤오미가 기술 특허의 이유로 해외 진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실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 크다. 단순히 가성비가 훌륭한 제품만 있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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